미국 상무부가 22일 포스코·현대제철이 수출한 한국산 냉연강판에 38~65%의 반덤핑·상계(相計) 관세율을 매기라는 결정을 내렸다. 반덤핑 관세는 적정 가격 아래로 판매할 경우에, 상계 관세는 정부 보조금을 받아 불공정 경쟁을 했다고 판정할 때 물리는 관세다. 미국 정부는 지난 사흘 하루 한 건씩 한국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보호무역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점치긴 했지만 예상보다 강하고 빠른 속도로 관세 장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냉연강판에 부과된 반덤핑 관세율은 상당히 높아서 오는 9월 최종 확정되면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앞서 21일에도 미 무역위원회(ITC)가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의 내(耐)부식성 철강 제품에 많게는 48%의 반덤핑 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했다. 20일엔 삼성전자·LG전자가 중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세탁기에 111%와 50%씩 반덤핑 예비 관세를 매겼다.
무엇보다 세 건의 반덤핑 판정이 한꺼번에 겹친 것이 예사롭지 않다. 과거에도 미국은 경기 침체 속에서 정권 교체기까지 겹칠 경우 강도 높은 무역 보호 정책으로 치닫곤 했다. 2001년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국산을 포함한 철강 제품에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지속된 자유무역과 세계주의에서 후퇴해 신(新)고립주의로 기우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미국 산업계는 중국의 부상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따른 대(對)중국 견제가 무역장벽 강화로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정치적으로도 민주당 클린턴과 공화당 트럼프 후보 모두 경쟁하듯 보호주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기울면 교역으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닥쳐올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는 한국 경제를 괴롭힐 태풍급 역풍(逆風)이다. 정부와 수출 업계는 미국이 언제 어느 품목에서라도 무역 보복의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전략을 짜야 한다. 워싱턴을 통해 미 통상 당국과 의회 동향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복 징후가 있을 경우 바로 대응에 들어가는 신속 대응 체제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