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 소송걸린 禹강남땅… 그걸 산 넥슨

입력 2016.07.22 03:00 | 수정 2016.07.22 10:24

"깨끗, 심플한 땅" 우병우 발언과 달라… 넥슨, 건물짓기 힘든 땅에 사옥 짓겠다며 계약
"건물사이 땅 소유권 소송 중인데… 1326억 계약은 비상식적"

2차례 소송 해결에 1년 걸려… 넥슨에 등기 이전 직전에야 정리
중도금 없이 7개월 뒤 잔금 낸건 소유권 소송 감안한 조치인 듯
시행사 "禹 처가서 해결 자신해 조건부로 계약 맺은 것" 해명

[우병우 민정수석의 20일 발언]

"그 땅은요 대체 불가능한 강남역 옆에, 그 위치에, 그 넓이에, 깨끗하게 복잡하게 아무 복잡한 거 안 걸려 있고 그냥 심플하게 살 수 있는 땅이다. (그래서) 해당 거래를 중개한 업체 말고 그냥 아무 뭐 강남 부동산, 그 당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땅을 사려고) 찾아왔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넥슨코리아에 매각한 자신의 처가(妻家) 강남역 부동산에 대해 "복잡한 거 안 걸려 있는 깨끗한 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우 수석의 발언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우 수석은 기자간담회에서 처가의 부동산을 지칭해 "그 땅은 대체 불가능한 강남역 옆에, 그 위치에, 그 넓이에, 깨끗하게 아무 복잡한 거 안 걸려 있고 그냥 심플하게 살 수 있는 땅"이라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땅을 사려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강남역 1번 출구에서 불과 30~4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좋은 입지(立地) 조건에다 1000평 넘는 대규모 부지이고, 소유권 등 권리관계가 잘 정리돼 있기 때문에 사려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 수석 처가는 이 땅 가운데 일부가 다른 사람의 명의로 돼 있어 그 소유권을 넘겨받기 위해 넥슨과 매매 계약을 맺은 뒤에도 소송을 벌였던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우 수석 처가와 넥슨코리아가 2011년 3월 1326억원에 매매 계약을 맺은 부동산 3371.8㎡(약 1020평)는 서울 역삼동 825-20, 21, 31, 34번지 등 4개 필지이다. 이 가운데 825-20번지와 21, 31번지 등 3개 필지는 2008년 6월 사망한 우 수석 장인이 1987년부터 2003년까지 차례로 매입했다.

우 수석 장인이 사망하자 우 수석의 장모인 김모(76)씨와 네 딸은 3개 필지를 상속받았다.

그런데 825-34 번지 땅은 1987년 사망한 조모씨의 소유로 등기가 돼 있었다. 이 땅은 우 수석 처가의 825-20번지와 31번지 사이에 자리 잡고 있으며 면적은 23.9㎡(약 7평)에 불과하지만 길이가 32.6m에 달하고 폭이 0.7m인 좁고 기다란 모양으로 돼 있다. 이 땅이 우 수석 처가 땅 가운데 끼어 있기 때문에 우 수석 처가가 땅을 처분하거나 건물을 지어 올리기 위해서는 이 땅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던 것이다.

◇1년간 낀 땅 넘겨받기 위해 소송

우 수석 처가는 사망한 조씨의 자손 11명과 또 다른 자손 9명을 상대로 2010년 9월과 2011년 각각 소송을 걸어 최종적으로 2011년 9월 30일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소송으로 '끼어 있는 땅' 문제를 해결하는 데 1년이 걸린 것이다. 넥슨코리아로부터 2011년 10월 해당 부동산에 대한 잔금 1193억원(전체 땅값의 90%)을 지급받고 등기를 넘겨주기 직전에야 우 수석 처가 땅의 소유권 문제가 비로소 깨끗하게 정리된 것이다.

이 두 건의 소송은 우 수석이 사법연수생 시절 교수였던 A변호사가 맡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우 수석 아내 등은 "원래 그 땅은 1987년 아버지(이상달씨)가 825-20번지 땅과 함께 조씨로부터 샀는데 지금까지 별개의 필지로 나뉘어 있었던 걸 몰랐다"며 "아버지가 그 땅을 포함한 부지에 자동차 정비 업체를 세워 20년 넘게 점유해 왔으니 소유권을 넘겨 달라"고 주장했다. 조씨의 자손들이 재판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우 수석 처가가 결국 땅 등기를 넘겨받게 된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회사 관계자는 "그런 땅이 있을 경우엔 도저히 건물을 지을 수가 없기 때문에 땅을 사려는 쪽 입장에선 권리관계가 확실하게 해결되기 전까지는 설사 땅값을 깎아준다고 하더라도 사겠다고 나서기 어렵다"고 했다.

◇소유권 놓고 소송 중인 땅을 사준 넥슨

넥슨코리아는 이처럼 중간에 낀 땅의 소유권을 놓고 재판이 진행 중인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을 1326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사줬다. 께름칙한 하자(瑕疵)를 무릅쓰고 매입에 나선 셈이다. 부동산 전문 최광석 변호사는 "만약 끼어 있는 땅의 소유자가 소송을 계속 끌고 가거나 끝내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는다면 매수인(사는 쪽) 입장이 크게 곤란해질 수 있다"며 "그대로 건물을 올렸다가 자칫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넥슨으로부터 해당 부동산을 사들여 개발한 시행 업체인 리얼케이프로젝트 김모 대표는 "우 수석 처가 쪽에서 소송을 100% 해결할 수 있다고 해서 조건부로 계약을 맺게 된 것"이라며 "계약서에는 만약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엔 페널티(배상)를 준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000억원 넘는 대형 부동산 거래의 경우엔 계약금과 잔금 외에 중도금을 지급하는 게 관행이라고 한다. 넥슨이 우 수석 처가와 처음 계약할 때 10%의 계약금(133억원)을 지급하고 중도금 없이 계약한 지 7개월 뒤 매매 대금의 90%를 잔금으로 한꺼번에 치른 이유는 바로 '끼어 있는 땅'과 관련한 소송을 감안한 조치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점점 짙어지는 우 수석 개입 의혹

우 수석은 넥슨이 처가의 강남역 부동산을 1326억원에 사주었다는 본지의 최초 보도(18일 A1·2면)가 나간 직후 청와대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立場文)에서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ㅈ(J)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찾아와 넥슨이 매수 의사가 있다고 해 상당한 시일 동안 매매 대금 흥정을 거쳐 거래가 성사됐다고 들었다"고 했다. J중개업체 대표 김모씨도 "2009년부터 2년 이상 땅을 팔려고 작업을 했고 400여명이 땅을 보겠다고 찾아왔는데, 우 수석 측에서 1평당 1억5000만원을 받길 원해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했다. 찾아오는 사람은 많았는데 '가격 흥정'이 잘 안 돼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넥슨이나 시행 업체 대표 김씨 모두 비슷한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끼어 있는 땅 소송' 문제가 드러나면서 이런 주장들의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강남의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분명치 않은 소유권 관계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넥슨은 이 부동산을 사들인 뒤 '강남 사옥'으로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2006년부터 이미 경기도 판교에 최신식 사옥을 건립 중이었다. 더구나 넥슨은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넘겨받은 지 불과 9개월 만인 2012년 7월 부동산을 시행사인 리얼케이프로젝트에 30억원 안팎의 손해를 보고 넘겼다. 이에 대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애당초 넥슨이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을 사들일 당시 사옥을 짓겠다는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우 수석은 18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처가 소유의 부동산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 그랬다가 우 수석을 계약 장소에서 봤다는 증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계약 장소에) 가긴 갔는데 장모님을 위로해 드리러 갔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4시간 동안이나 계약 장소에 머물면서 중개인 등을 배제한 채 넥슨 측과의 계약서 작성에 참여(본지 21일자 A1·3면)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다 '끼어 있는 땅 소송'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 수석이 처가 부동산 매각에 직접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 더 짙어졌다.

[인물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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