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곰탕'을 'bear tang'처럼 억지로 표기한 곳이 적잖다니 참 안타깝다. 그나마 'Bear Bang'이라고 쓰지 않은 것이 다행인지 모르겠다. 총소리 '탕'의 영어식 표현 'Bang' 말이다. 한국관광공사가 '곰탕'은 'Beef Bone Soup'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자고 제시했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우리 음식은 우리 명칭 그대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이미 로마자 표기법과 외래어 표기법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말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과, 우리가 다른 나라 사람의 말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정한 규칙이다.
예를 들면 '마우스' '라디오' '볼펜' 등을 우리말로 바꾸기가 쉬운 일이 아니듯 '김치' '깍두기' '비빔밥' '불고기' '곰탕' '설렁탕' 같은 우리 음식 이름을 외국어로 바꾸기도 쉽지 않고 무의미한 일이다. 우리말을 로마자로 표기하는 방법에는 한글 글자대로 적는 전자법(轉字法)과 우리말 소리대로 적는 표음법(表音法)이 있다. '곰탕'은 'Gom Tang', '백반'은 'Baek Ban' 혹은 'Baekppan'으로 적으면 된다. 우리가 외래어를 표기할 때 본래 발음을 고려해 '커피숍' '바비큐' '뷔페' '카페' 등으로 적는 것과 같은 논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외래어의 발음만 표기한다는 점이다. 의미까지 나타나도록 표기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우리가 그들의 문화를 수용하고 배워가며 사용하기에 별 어려움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 음식 이름도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곰탕'은 'Gom Tang', '비빔밥'은 'Bibim Bap', '설렁탕'은 'Seolleong Tang'이라고 적으면 된다.
다만 식당 종업원이 어떤 음식인지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조금 번거롭지만 표준적 설명을 정하면 될 것이다.
즉 '곰탕'은 'Gom Tang - Beef Bone Soup'이라고 부연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우리 고유의 명칭과 함께 어떤 재료를 사용한 어떤 유형의 음식인지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실제로 이젠 많은 외국인이 '불고기'를 'Bulgogi'로, '김치'를 'Gimchi'라고만 표기해도 잘 알지 않는가. 이것이 문화적 자존심을 세우면서 우리 문화를 더욱 알려가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