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랜드마크가 된 흉물, 흉물이 된 랜드마크

최근 서울에 등장한 '말춤 동상'과 '괴물 동상'은 오랫동안 기억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
1909년 철거될 뻔했던 에펠탑은 어떻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명물이 되었을까?
흉물과 랜드마크라는 극단적인 평가가 오고간 세계 건축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 구성=뉴스큐레이션팀

    입력 : 2016.07.28 08:14

    '랜드마크(Land Mark)'는 주로 주위 경관 중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건축물이나 조형물을 일컫는 말로 한 국가나 도시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잘 만들어진 랜드마크는 수백년 간 한 자리를 지키며 해당 국가나 도시의 위상을 높여줄 뿐 아니라,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랜드마크가 되려다 큰 예산만 낭비한 채 흉물로 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도시의 흉물

    각각 3억 7780만 원, 1억 8000만 원 들인
    강남 말춤 동상과 한강 괴물 동상

    (왼쪽부터) 서울 강남 '말춤동상', 한강공원의 '괴물 동상' /조선닷컴·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에 높이 5.3m, 폭 8.3m의 '손목 동상'이 베일을 벗었다. 청동 소재로 만들어진 이 손목 동상의 모양은 싸이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연상시킨다. 조형물 아래 사람이 서면 '강남스타일' 노래가 흘러나오며, 밤에는 LED 조명이 화려하게 불을 밝힌다. ▶ 관련 기사

    '말춤 동상'은 서울시가 7억여 원의 예산을 편성해 계획한 '스토리텔링 랜드마크' 사업의 일환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황소상'이나 'LOVE' 동상이 벤치마킹 사례다. 2015년 12월, 한강공원에 등장한 2억 원짜리 '괴물 동상'도 이 사업으로 만들어졌다. 가까이 가면 기괴한 괴물 소리까지 나는 이 동상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즉흥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언제적 '강남스타일', '괴물'인데…"
    두 동상을 만드는 데에 서울시 예산이 6억 가까이 들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마디로 언제적 '강남스타일', 언제적 '괴물'이냐는 것이다. 영화 '괴물'이 개봉한 건 벌써 10년 전 일이다. 순식간에 트렌드가 변하는 시대에, 이미 한물 간 문화 상품이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많다. 두 동상이 생긴지 1년도 채 안 된 터라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지금으로선 흉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850억짜리 고철덩어리
    월미 은하레일

    월미 은하레일. /조선일보 DB

    월미도에서 경인선 인천역과 연결되는 월미 은하레일은 2008년 착공해 2010년 준공됐다. 월미도에 관광 열차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시범 운행을 하던 중 부품 파손, 감전 위험 등 안전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했다. 결국 850억의 예산을 들인 월미 은하레일은 관광객을 한 번 태워보지도 못한 채, 사업 자체가 좌초되기에 이른다. ▶ 관련 기사

    6년 만에 고철 덩어리로 '폐기처분'
    완공 후 6년간 월미도의 흉물로 자리하고 있던 은하레일은 최근 폐기처분이 결정됐다. 6.1km 길이의 철로와 전동차 5대는 철거해 고철로 판다. 건설에만 이미 853억 원을 쓴 은하레일은 앞으로 철거하는 데 수백억 원을 더 쓸 예정이다. 다만 철로를 제외한 역사(驛舍)와 교량은 리모델링을 거쳐 모노레일로 재탄생한다. 인천시는 은하레일 철거와 별도로, 모노레일 사업에 190억 원을 추가로 더 들일 예정이다.

    과거의 영광 사라진
    대전 엑스포공원 한빛탑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내부에 있던 한빛탑의 야경. /조선일보 DB

    한빛탑은 1993년 열린 대전 엑스포(EXPO)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조형물이다. 내부에는 지상 39m의 전망대가 있어 엑스포과학공원의 경관을 관람할 수 있으며, 밤에는 조명을 밝혀 오랜시간 대전의 상징물로 자리했다.

    공원 철거되고 홀로 덩그러니 남아
    그러나 20여 년 전, 대전을 '과학도시'로 발돋움하게 한 엑스포 과학공원과 한빛탑은 세월을 거치며 적자만 누적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결국 2015년, 대전엑스포 과학공원은 한빛탑을 제외한 모든 시설이 철거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대전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살아남긴 했지만, 나홀로 남게 된 한빛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전 시민들에게조차 인지도가 많이 떨어졌으며, 간간이 수학여행 학생들의 발길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흉물' 논란 이겨낸 건축물들

    '최악의 건축물' 1위 올랐던
    서울 신(新)청사

    서울 신청사 조감도. /조선일보 DB

    서울 한복판, 마치 파도치는 것처럼 건물의 상층부가 굽어진 서울 신청사. 2012년 완공된 이 건물은 조감도가 공개되자마자 시민들의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 "쓰나미 같다"는 의견부터,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유리 외벽에 대한 비난도 있었다. 건축가 100명이 뽑은 '한국 최악의 현대 건축물 1호'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칠순의 나이로 서울 신청사를 설계한 건축가 유걸은 "한옥의 처마 모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며 "고층(高層) 만능주의에 빠진 한국에서, 시청을 옆으로 눕혔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인터뷰했다.
    [김윤덕의 사람人] 서울시청 新청사 설계한 건축가 유걸

    뼈아픈 디자인 논란에도 개청 4년째를 맞은 현재, 서울 신청사는 당당히 서울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를 시민들 품에 돌려주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말대로, 세계 최초로 청사 공간의 9%를 할애해 만든 시민청에는 3년간 5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다녀갔다.

    도심에 뚝 떨어진 우주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DDP의 완공 직후 모습. /조선일보 DB

    이라크계 여성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2016년 별세)가 설계한 DDP도 설립 초기 흉물 논란에 휩싸였다. 가장 큰 비판은 '역사성을 무시한 건물'이라는 것이었다. DDP를 짓기 위해 80년간 '한국 스포츠의 메카'였던 동대문운동장을 허물었고, 인근에 한양도성 성곽, 하도감 터 등 유적들이 발굴됐음에도 이같은 역사성과 지역의 특수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처마에서 아트홀 지붕까지 펼쳐지는 옥상정원도, 한국미가 아닌 자하 하디드의 고향인 이라크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5000억 들어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마음에 드십니까

    이런 논란에도, 우주선을 닮은 세계 최대 규모의 비정형 건물인 DDP는 외국인 관광객의 시선을 끌 만했다. 현재는 하루 평균 2만2천여 명의 방문객이 DDP를 찾고 있으며 중국인 관광객에게는 촬영 명소로 환영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DDP를 '한 해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명소'로 선정하기도 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 별세

    한강의 '미운 오리새끼' 였던
    세빛섬

    2011년, '세빛둥둥섬'(플로팅 아일랜드)으로 개장했던 세빛섬. /조선일보 DB

    한강에 떠 있는 인공섬 '세빛섬'은 한 시민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세빛둥둥섬(당시 이름)을 기획했다. 그러나 2011년 완공된 세빛둥둥섬은 사업자를 찾지 못해 개장이 늦어졌고, 공사 과정에서의 비리, 특혜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세빛둥둥섬은 2년이 넘도록 말 그대로 둥둥 떠 있기만 하는 흉물이 됐다.

    세빛둥둥섬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한 건 '세빛섬'으로 명칭을 바꿔 전면 개장한 2014년부터다. 세빛섬 개장 후 1년여 간 230만 명의 시민들이 다녀갔으며, 특히 영화 '어벤저스2'의 촬영지로 사용된 후에는 관광객이 급증했다. 흉물이라는 오명은 벗었지만, 세빛섬이 진정한 한강의 명소로 자리잡기 위해선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세빛섬은 건축물이 아닌 부선((艀船·정박 중인 선박)으로 등록돼 있어 광고물을 설치할 수 없는 등 별도의 규제가 있다.
    애물단지 세빛둥둥섬, 보물단지 되나

    못생겨서 천대 받았던
    아마벨

    1997년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설치된 조형물 '아마벨'은 출신 성분은 좋은데 못생겼다는 이유로 각종 멸시와 조롱을 받은 작품이다. '좋은 출신 성분'이라 함은 아마벨을 만든 사람이 미국의 유명 작가 프랭크 스텔라(Stella)이기 때문이다. 스텔라는 막역한 친구의 딸 아마벨이 비행기 사고로 죽자 이를 기리기 위해 작품에 친구 딸 이름을 붙여, 채 피어나지 못한 꽃을 형상화했다. 작품의 주 재료도 실제 비행기의 잔해다.
    세계적 작가가 만들었지만 못생겨서 천대받은… 강남 한복판의 '슬픈 조형물'

    당시 포스코는 21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이 작품을 사왔지만, 이 비싼 아마벨에 얽힌 일화는 '웃프기만' 하다. 작품 조립 중에는 고철장수가 폐철인 줄 알고 가져가 경찰이 동원되는 사건도 있었다. "흉측한 고철덩어리"라는 시민들의 비난에, 국립현대미술관 잔디밭으로 강제 이사를 가야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는데 작가와 일부 예술가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온갖 고초를 겪은 아마벨이지만, '공공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확산된 오늘날에는 걸작으로 대접받고 있다.

    흉물은 해외에도 있다

    30년째 완공 못한 유령건물
    북한 류경호텔

    평양에 위치한 류경호텔 외관. /조선일보 DB

    과도한 욕심 때문에 '흉물'을 생산한 사례는 가까운 북한에도 있다. 평양 한복판에 자리한 105층짜리 류경호텔이다. 류경호텔은 김일성의 80번째 생일에 헌정하기 위해 1987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는데 공사비 조달 문제로 완공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당시만 해도 동양 최대 건축물이 탄생할 계획이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령 건물로 남아있는 처지다.

    언젠가는 완공할 꿈을 가지고 있는지, 북한은 건물 마무리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 곳곳에서 류경식당을 운영하며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류경호텔 공사비로 8천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CNN은 류경호텔을 '세계에서 가장 추한 건물'로 선정했다.
    [만물상] 北 '류경호텔 세대'

    주전자·북·속옷 바지·변기 좌석…
    중국의 기이한 랜드마크

    중국은 곳곳에 생겨난 기이한 건축물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차(茶) 산지로 유명한 구이저우성 메이탄(湄潭)현의 산 언덕에는 차 주전자처럼 생긴 높이 73.8m짜리 건물이 서 있다. 안후이성 펑양(鳳陽)시에는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북 모양 건축물'로 신청한 건물을 지었다. 이밖에도 속옷 바지 모양, 변기 좌석을 닮은 호텔, 남녀 생식기를 연상시키는 건물까지 있다.
    명물인가 흉물인가… 中 전역에 기이한 랜드마크 열풍

    중국에 이런 희한한 건물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랜드마크' 욕심 때문이다. 지방 책임자는 임기 중 눈에 띄는 업적을 남기기 위해 이런 건축물에 허가 도장을 찍어준다. 그러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 예술인들에게 "기이한 건축물을 절대 짓지 말라"고 당부했다.

    흉물을 보물로 바꾼 해외 사례

    버려진 철로를 재해석한
    뉴욕 하이라인 파크

    2009년 오픈한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 파크(High-Line Park)'는 블룸버그 당시 뉴욕 시장의 역작 중 하나다. 현재 공원이 있는 곳은 1930년대 화물열차가 다니던 고가철도가 있던 자리인데, 1980년 폐선된 이후 우범지역으로 전락했다. 1999년, 뉴욕시는 이 철도를 철거할 생각으로 공청회를 열었다. 그런데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s of the highLine)'이라는 NGO 단체가 고가철도를 공중정원으로 탈바꿈하자고 제안했고, 뉴욕시는 5000만 달러를 지원한다.

    잡풀이 무성했던 2.3km의 폐 철로는 멋진 공원 길로 변모했다. 철로는 그대로 남겨두고 오솔길 양옆으로 풀과 화초를 심었으며, 중간 중간 벤치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발밑으로 맨해튼의 노란 택시 물결이 보이는 이 공원은 한해 500만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도살장과 창고가 밀집했던 맨해튼 남서쪽 첼시 지역 일대는 하이라인 파크가 완성된 이후 레스토랑, 카페,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며 20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뉴욕의 명물이 서울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4년, 미국 출장길에 '하이라인 파크'를 둘러본 뒤 서울역 고가를 공원화 할 계획을 밝혔다. 2017년 완공 목표인 이 공원의 설계를 맡은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 마스는 "삭막한  서울에 녹색 씨앗을 뿌리겠다"고 말했다. 교통체증, 안전 문제 등 수많은 논란을 딛고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만물상] 서울역 공중(空中) 공원
    서울역 '高架 정원' 이 남자 손에서 나왔다

    철거했으면 어쩔 뻔했나
    파리 에펠탑

    파리 에펠탑의 야경. /조선일보 DB

    전세계 여행자들의 로망이자, 프랑스의 보물인 에펠탑도 처음에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에펠탑은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파리 만국박람회에 선보이기 위해 세워졌다. 그러나 공개되자마자 흉측한 철근 모양 때문에 비난에 시달린다. 에펠탑을 지독히 싫어하는 사람 중에는 프랑스의 대표 소설가인 모파상도 있었는데, 그가 에펠탑이 보기 싫어 탑 내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즐겨 먹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모파상은 몽소공원에 세워진 자신의 동상도 에펠탑을 보지 못하도록 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에펠탑의 위기는 탑이 준공 20주년을 맞던 1909년 찾아왔다. 건설 당시부터 20년만 유지하기로 했던 조형물인데다가, "에펠탑이 파리 경관을 망친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자 프랑스 정부가 탑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통신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음이 밝혀지며 살아남게 된다. 오랫동안 수난의 세월을 보낸 에펠탑은 서서히 파리의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파리 시민들도 에펠탑을 계속 보니 정이 들었다고 하여, 심리학에서는 어떤 대상을 자주 보면 호감을 갖게 된다는 뜻의 '에펠탑 효과'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이 영영 사라질 뻔했다고?

    '못생긴 달걀'의 신분 상승
    런던시청사

    2002년 완공된 런던시청사. /조선일보 DB

    '하이테크(Hightech·고도의 과학을 적용) 건축'의 대가인 영국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 한 런던 시청사는 독특한 외관 때문에 투구, 못생긴 달걀, 쥐며느리, 유리 고환 등의 별명을 얻었다. 도저히 시청으로 보이지 않는 디자인 탓에, 건물이 지어진 초기에는 런던 시민들조차 호텔로 착각했다고 한다.

    다소 민망한 별명들에도 불구하고, 런던시청사는 디자인적으로나 친환경적으로나 기존 관공서의 틀을 깬 훌륭한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건물 곳곳에 숨어있는 과학적인 요소는 가히 놀랄만하다. 우선 찌그러진 타원형인 런던시청사의 형태와 방향은 사계절 동안 부지에 내리쬐는 일조량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건물의 외벽은 '행정의 투명성'을 상징하기 위해 유리로 덮었는데, 덕분에 실내 조명을 자연 채광으로 활용해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지하수를 냉난방에 사용한 다음 화장실 물로 재활용하는 등 전체 에너지의 75%를 자연에서 얻고 있다고 한다.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랜드마크' 만든 과학의 힘

    박물관이 된 화력발전소
    영국 테이트 모던

    영국 런던의 템즈강변에 있는 테이트 모던. /조선일보 DB

    20년간 버려진 화력 발전소(뱅크사이드 발전소)를 리모델링 한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은 뉴욕 MoMA(뉴욕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와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흉물로 방치돼 있던 화력 발전소가 한 해 500만 명이 찾는 영국의 명소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당초 유명 건축가들은 발전소를 허물고 새 건물을 짓자고 제안했었다.

    그러나 8년여 간의 공사를 거쳐, 뱅크사이드 발전소는 화력 발전소의 상징인 99m짜리 굴뚝을 가진 세계 유일무이한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굴뚝은 등대처럼 불빛을 낼 수 있도록 개조해, 테이트 모던 앞에 있는 템즈강변을 비추도록 했다. 산업혁명 시대를 연상시키는 회갈색 벽돌 외벽도 그대로 뒀다.

    화력발전소를 랜드마크로 만들려는 시도는 최근 서울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마포구 합정동 지하에 축구장 3개 반 넓이로 만들어지는 서울 화력발전소가 그것. 노후한 '당인리 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인데, 여기에 런던 테이트 모던의 사례가 롤모델로 적용됐다. 조성준 서울화력발전 팀장은 "런던 템스 강변의 테이트 모던처럼 발전소 지상에는 공연장·전시장이 들어서는 문화 예술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인리 火電의 변신… 세계최초 도심 지하 35m에 대형 발전소



    잘 만든 랜드마크는 어마어마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물론, 지자체에서도 화제가 되는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위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단순히 큰 돈을 들이거나 독특하게만 짓는다고 해서 랜드마크가 되는 건 아니다. 때로는 낡은 모습을 그대로 두고, 그 지역만의 전통과 특수성을 살린 건축물이 세계인의 마음을 울렸다. 한 번 지으면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랜드마크,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좀 더 고민있는 기획이 필요할 것이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