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겁나서 갈 곳이 없다

조선일보
  • 선우정 논설위원
  • 김도원 화백
    입력 2016.07.18 03:16

    "인천공항에 착륙했을 때 모두 안도의 손뼉을 쳤다." 쿠데타가 일어난 터키에서 돌아온 한국 여행객이 어제 말했다. 끔찍했던 모양이다. 터키 아타튀르크 공항은 이스탄불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공항 건물이 흔들리는 폭발음과 함께 무장 군인이 유리창을 깨고 들이닥쳤다고 한다. 하늘에선 전투기 굉음과 기관총 소리, 공항 안에선 비명과 울음소리가 퍼졌다. 영문도 모르고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몸을 숨겼다는 여행객도 있다. 그들에게 한국은 정말 안도의 땅이었을 것이다.

    ▶종교적 유산이나 정치적 영웅담에 이끌려 남불(南佛)의 해안 도시 니스를 찾는 사람은 없다. 리비에라 몽돌 해안과 지중해의 쏟아지는 햇살, 시미에 언덕의 마티스와 샤갈 미술에 이끌려 그곳에 간다. 여름이면 세계 젊은이들이 재즈 페스티벌에 이끌려 모인다. 이런 휴식의 땅이 지난주 핏빛으로 물들었다. 프랑스혁명 기념 축제에 대형 트럭이 뛰어들었다. '사람들이 볼링 핀처럼 공중에 날아다녔다'고 한다. 왜 하필 니스였을까. 테러범이 그곳에 살았다는 이유뿐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우리 외교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여행에 주의해야 할 지구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흑·적·황·남색 네 단계로 나뉜다. 자세히 살펴보면 세상엔 발 뻗고 잘 곳이 드물다. 몰디브 몇몇 섬에도 '여행 자제'를 뜻하는 황색 딱지가 붙어 있다. 아무리 '인도양의 낙원'이라고 해도 갈등이 엄청난 모양이다. 테러 표적이 된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은 어느덧 아프리카 르완다의 접경 지역만큼 위험한 곳이 됐다. 스페인 역시 여행자가 신변에 주의해야 하는 곳이다. 치안이 불안해 밤거리가 전쟁터인 남미는 말할 것도 없다.

    ▶국제정치 평론가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대로 '세상은 평평해지고' 있다. IT 기술로 세계는 하나로 묶였다. 이 길을 타고 정보·유행·질병만 빠르게 돌고 도는 건 아니다. 위험도 비슷한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종교적 갈등이 남불 휴양지에서 폭발하고 한국인 백여명이 터키 반란군의 총구에 노출되는 시대다. 이것저것 따지면 겁나서 갈 곳이 없다.

    ▶한국은 어떨까. 미·일 정부는 한국을 여행 안전 지역으로 꼽는다. 인종과 종교 갈등이 거의 없고, 총기 규제가 엄격하고, 치안도 탄탄하다. 다만 미 국무부는 북한 문제와 함께 이런 주의 문구를 붙인다. '한국에선 평화 시위가 때로 대립으로 치닫는다. 시위 현장을 피하고, 혹시 지나가다 현장을 마주치면 조심해야 한다.' 실상보다 약간 관대하지만 밖에서 보면 한국은 아직 안전한 나라다. 그래서 안에선 우리끼리 살벌하게 싸우는지 모르지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