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영 칼럼] 중국의 보복이 그리 두려운가

  • 송희영 주필

    입력 : 2016.07.16 03:17

    몸 낮추고 힘을 기른다던 中, 시진핑 등장 이후 표변해
    日과 다투고 태평양 진출 노골화… 우리와도 사드 문제로 갈등
    중의 경제 보복 가능성 작지만 상징적 제재 취하려 들면
    국가 안보 위해 매 맞을 각오해야

    송희영 주필 사진
    송희영 주필
    중국 하면 떠오르는 동물이 판다와 용(龍)이다. 판다가 우정과 친근감의 상징이라면 용은 힘과 패권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의 중국 연구가들은 판다 포옹파(panda-hugger)와 용 학살파(dragon-slayer)로 갈라진다. 판다 포옹파는 친중(親中), 용 학살파는 반중(反中) 세력을 말한다.

    40년 이상 중국을 담당해온 마이클 필즈베리(Michael Pillsbury) 허드슨연구소 중국센터소장이 작년에 '100년의 마라톤(the Hundred-year Marathon)'을 발간했다. 중국이 건국 100년을 맞는 2049년까지 미국을 누르고 세계 패권을 장악할 꿈을 키우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미국과 중국 간에 밀약(密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 비밀 협약에는 한국·일본에도 알려주지 않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했다. 북한 문제도 두 나라가 우리 몰래 귓속말을 주고받는다는 암시다.

    흥미로운 것은 필즈베리 자신의 변절 고백이다. 그는 중국이 성장을 지속하면 일본·한국처럼 민주국가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줄곧 믿었다. 중국을 사랑스러운 판다로 봤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인권을 무시하고 독재를 강화하고 주변국을 괴롭히는 중국을 보고 있다고 했다. 패권을 휘두르던 전성기로 돌아가는 것이 '중국의 꿈'이라고 필즈베리는 진단했다. 그래서 용을 공격하는 세력에 가담하게 됐다는 말이다.

    미국에는 여전히 중국의 선의(善意)를 믿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필즈베리처럼 중국 이질론(異質論)을 거론하는 전문가·정치인들이 4~5년 새 급증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친구가 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라는 주문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시진핑 주석의 등장이다. 시진핑은 덩샤오핑 이래 가장 유별난 지도자다. 덩샤오핑은 황제처럼 군림했던 마오쩌둥 시대를 마감하기 위해 부주석 자리에만 머물렀다. 그 뒤를 이은 주석들도 전권(全權)을 장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진핑은 모든 권력을 움켜쥐었다. 심지어 개인숭배를 담은 찬양가까지 나왔다.

    시진핑 시대를 보여주는 또 다른 돌출은 대외 전략이다. 중국은 그동안 '몸을 낮추고 몰래 힘을 기른다(韜光養晦·hide and bide)'는 전략으로 주변국들과 마찰을 피했다. 하지만 시진핑 정권은 한때 일본과 다투더니 남중국해에 수많은 인공섬을 만들며 태평양 진출에 노골적이다. 여기에 한국과 사드 갈등이 추가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진

    일본은 중국의 표변에 놀라 곧바로 미국과 동맹을 강화했다. 이어 대만·베트남·필리핀·호주가 미국과 손을 더 굳게 잡았다. 나라 안에서 사드를 놓고 싸우면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미·중의 대치 판도다.

    시진핑 정권은 앞으로 6년 더 갈 것이다. 미국·일본에서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중국 경계론이 이어질 것이다. 겉으론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날을 세우는 미·중 갈등 국면은 30년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 그 틀 안에서 생존하며 성장해야 하는 게 우리다. 이런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중국의 보복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지금 가라앉고 있다. 중국이 무역 보복에 나서면 중국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북한처럼 핵실험을 한 것도 아닌데 한국에 제재를 가하면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전면적인 보복 가능성은 낮다. 다만 구겨진 체면을 세우려고 상징적인 조치를 취할 수는 있다. 5~10년에 걸친 장기 무역 전쟁이 아닌 한 설혹 기업 몇 곳이 망하더라도 우리는 국가 안보를 위해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매를 맞고 가는 게 오히려 낫다.

    30년 전 미국은 한국산 앨범과 TV에 수십%씩 높은 관세를 물리는 무역 보복을 단행했다. 그때는 모두가 깜짝 놀랐지만 한국산 고급 앨범과 LED TV는 여전히 미국에 잘 수출되고 있다. 보복을 이겨낼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걱정인 것은 우리 외교의 신뢰 추락이다. 일본을 원수처럼 대하더니 올해는 대통령이 일본을 찾겠다고 한다. 대미 외교도 기축(基軸) 동맹 관계라는 것을 잊고 천안문 망루에서 사드 수용까지 극단(極端)을 오갔다.

    어설픈 외교로 중국을 착각하도록 만든 죄도 씻기 힘들다. 중국 쪽에서 볼 때 사드 문제는 '한국에 속았다'는 말을 할 수도 있다. 사드 배치를 미국과 비공식 협의를 하고 있으면서도 "요청도 없고, 협의도 없고, 그러니 결정된 것도 없다"며 매번 '3 NO' 입장을 밝혔다. 북의 핵실험 동향을 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말했어야 옳다.

    우리 대통령과 외교팀도 중국을 착각했다. 천안문 망루에 오르면 중국이 북한 제재에 앞장설 것이라고 믿었지만 중국은 기대를 저버렸다. 중국서 판다 두 마리는 왔지만 청와대나 외교부는 체중 200㎏ 마네킹 판다와 춤을 즐겼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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