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영계가 4개월째 팽팽한 공방전을 벌여온 '2017년 최저임금'이 15~16일 중 결정된다. 노사 양측 대표와 공익위원 등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15~16일 이틀간 전체 회의를 열어 최근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방안(시급 6253~6838원)을 토대로 2017년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그동안 노동계는 시급 6030원인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해 왔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해소, 근로 빈곤층(working poor)의 소득 증대 등 긍정적 요인이 있다. 하지만 한꺼번에 과도하게 인상하면 고용률 감소가 우려되고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지는 등 부정적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주요 쟁점을 전문가들의 최신 연구와 통계 등으로 살펴봤다.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2차 회의에서 사용자 측 위원인 송원근(왼쪽) 전경련 경제본부장이‘최저임금 인상 반대!’문구가 적힌 피켓을,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최저임금은 노동자를 보는 그 사회의 수준’이라고 쓴 피켓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다.

①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OECD 평균 이하라는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2015년 기준)은 5.3달러로 회원국 26개국 중 15위이다. 순위는 중간보다 낮은 편이다. 절대적인 최저임금액은 1위인 호주(15.2달러)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하지만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 최저임금 절대액이 아닌 1인당 GNI(국민총소득) 대비 최저임금으로 비교하면 사정은 또 달라진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8위(한국 100 기준)로 미국(69.9)과 일본(89.6)보다 높다.

②최저임금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인가?

최저임금을 올리면 근로 빈곤층 임금이 당연히 올라간다. 하지만 수혜 대상은 중산층에 속하는 근로자가 더 많다.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저소득 근로자들의 분포 비중을 조사한 결과, 빈곤 가구 구성원은 24.3%인 반면 저소득 가구는 12.8%, 중산층 이상 가구원은 63%나 된다(저소득 근로자 소득 보전 제도 개선 방안 연구·2015년 인하대 강병구 교수).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수혜가 중산층 가구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키워드 정보] 내년 최저임금 6253원~6838원 사이로 결정될 듯]

③왜 이런 현상 발생하며 개선책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주로 청소년, 청년, 기혼 여성이라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최저임금의 쟁점 논의와 정책 방향·2013년 KDI). 최저임금 미달자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주가 아니라 청년 세대와 배우자를 비롯한 이른바 '부소득자(second earner)'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근로 빈곤 문제를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풀려고 하면 효과도 제한적일 뿐 아니라 영세 기업 등에 부담이 돌아가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근로장려세제 등 다른 사회보장제도 개선을 통해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저임금은 가구 전체의 소득이 얼마인지는 고려하지 않고 개인 단위의 소득만 따져 저소득 근로자에게 지급하지만, 근로장려금은 가구 전체의 소득 총액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국세청이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④'최저임금이 올라도 고용 줄지 않는다' '소상공인 타격 크다' 둘 중 뭐가 맞나?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1990년대부터 세계 경제학계에서 치열하게 논쟁 중이다. 1992년 앨런 크루거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역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임금과 고용 등을 분석해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유의미한 부정적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헤리티지재단과 요나 루빈스타인 브라운대 교수 등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미국에서 연간 평균 21만7000개(2014~2023년)의 일자리가 줄고,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299억달러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맞섰다. 국내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⑤최저임금이 증가하면 고연봉 정규직 연봉이 뛰는 경우도 있다는데?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에는 기본급과 고정 수당만 포함되고 상여금이나 성과급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생산직 정규 신입 사원의 경우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연봉이 1497만원에 불과해 법정 최저임금(연간 1512만원)에 미달하는데 성과금과 수당 등을 포함하면 실제 수령 연봉은 4097만원에 달한다는 사례도 있다. 물론 이런 케이스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2015년 국내 정규직 전체 직원 중 최저임금 미달자의 비율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⑥매년 최저임금 놓고 노사 힘겨루기를 하는데

노사가 자기한테만 유리한 논리를 펼치면서 최저임금 논의가 마치 전국적으로 '노사 단체 교섭'을 벌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처럼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경제·고용 수치를 바탕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개선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의 상승과 함께 증가세를 보여온 최저임금 미달자 수를 줄이는 데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OECD도 지난 5월 펴낸 '2016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의 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제도의 준수 여부"라며 "최저임금 이행 수준을 높이기 위한 관리 감독과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