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가족이 사라진다

가족의 사전적 의미는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고 돼 있다.
그러나 '가족 혁명'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더 이상 사전적 의미 안에 가족을 묶어둘 수 없게 됐다.

    입력 : 2016.07.18 08:42 | 수정 : 2016.07.27 09:24

    '가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의문이 생기는 시대

    "이혼, 결혼 기피, 저출산 등 핵가족조차 '핵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1인가족, 한부모가족, 동거가족, 동성가족, 공동체가족 등 여러 형태가 얽히고 설키다 보니 가족은 이제 단순한 틀로 알기 어려운 사회집단이 됐다. 우리 사회는 이제 "가족 이후의 가족’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정유성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비(非)친족 가족이 떠오른다'
    새롭고 다양한 가족 형태들

    피 안 섞인 두 형과 사는 김씨

    김씨(28)는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올라 있지 않은 두 명의 형이 있다. 큰형, 작은형으로 부르는 두 형은 서로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남이다. 강원도가 집인 그는 서울 신림동에서 두 형과 함께 살고 있다. 동생들을 잘 챙기는 큰형(39)은 가장 역할을 해주고, 작은형(29)은 청소, 요리 등 가사를 도맡아 한다. 설거지, 심부름 등 잔일은 막내인 그의 몫이다. 큰형이 집 보증금을 내고 월세, 생활비는 셋이서 나눠 내고 있다.

    다세대 주택에 모여사는
    1인 가구 6명

    다세대주택에 1인 가구가 모여 사는 사회적 가족도 있다. "마음 통하는 사람들끼리 가족처럼 살 수 있는 재미있는 집을 만들어 보자 했지요." 이 집을 설계한 건축가이자 집주인인 이진오(45)씨와 그의 아내 신은경(43)씨가 이구동성 말했다. 두 사람은 인천 34평 아파트에 살다가 서교동 24평 빌라 생활을 청산하고 5층 다세대주택으로 옮겼다.

    이곳은 1인 가구 실험 주택 종합세트 같다. 복층 원룸 2개, 원룸 3개, 방 셋인 셰어하우스(주방, 거실, 욕실은 함께 쓰고 방은 따로 쓰는 형태) 1개가 모여 있다. 총 입주민은 8명. 이씨 부부 말곤 모두 혼자 산다. 직업은 한의사, 디자이너, 편집자, 건축가 등이고 나이는 31~47세다.

    다세대주택에 모여 사는 '식구'들이 베란다로 나왔다. 사진에 보이는 꼭대기층은 복층 원룸, 아래 왼쪽은 셰어하우스다. 입주민들이 베란다에서 서로 얼굴 보고, 가운데 뚫린 계단으로 자유롭게 오간다. /김연정 객원기자

    "부모님과 형제 근처에 살았어요. 솔직히 가족이 늘 편치만은 않아요. 언제 결혼하느냐, 언제 애 낳느냐, 언제 둘째 낳느냐. 시시콜콜 간섭이 계속되지요... 가족끼리도 거리가 필요하다 싶었지요. 그런데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가족'과 함께 살아보고 싶었어요."

    부부는 SNS에 입주자 모집 글을 띄웠다. 이렇게 모은 30명 중 8명을 골랐는데, 이들은 단지 세입자가 아니라 집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다. 일상을 함께 나누는 게 입주민들의 의무다. 1층에 일부러 레스토랑을 둬서 식사를 대충 때우는 1인 가구를 위한 배려이자 사랑방 공간으로 기획했다. 진짜 식구(食口)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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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보다 의리, 재혼가정

    재혼가정인 A씨(46)와 B씨(46) 부부는 전쟁 같았던 5년을 이겨낸 것은 서로에 대한 의리였다고 말한다. 부부는 각각 두 아이를 데리고 2011년 10월 재혼했다. 당시 A씨는 초등 5학년, 4학년 두 아들을 뒀고, B씨의 두 아이는 초등 5학년 딸과 1학년 아들이었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문화적 차이는 상상 이상이었다. 밥 먹는 습관부터 시작해 화장실 사용, 말투 등 모든 것이 부딪쳤다. 네 아이를 돌보는 것은 고통이었고 아무 문제 없던 부부 관계까지 나빠졌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편견이었다. '새엄마가 혹시 아이들을 구박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길로 쳐다보는 시댁 식구들, 아이들의 관계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새아빠는 아이들에게 위험한 존재'라고 충고하는 주변 사람들의 편견을 접했다. 결국 1년 만에 갈등이 폭발해 부부는 아이들을 분리시키기로 결정하고 집 근처에 방을 얻어 A씨가 두 아들을 데리고 나갔다. 서로 적응을 위한 준비 기간을 갖자는 명분이었지만, 주말은 온 가족이 만나 함께 보내고, 주중에는 부부 모두 각자의 아이들을 책임졌다. 1년 반 동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가족은 함께 살기 위한 기초 체력이 생겼고, 집을 옮길 시기와 겹쳐 재결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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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콘텐츠에서도 '가족의 변화 추세' 반영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소설 등에서도 이런 사회·문화적 추세가 반영되고 있다. 특히 신개념 가족 형태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과거 올리브TV '셰어 하우스'와 SBS '룸메이트' 등의 공동주거를 토대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집이라는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 새로운 형태의 생활 방식과 가족 개념을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후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MBC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 프로그램으로, 사회 현상이 예능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온 또 다른 사례다.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삶과 함께, 관계 맺기를 통해 서로 도우며 함께 잘 사는 공동체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도 보여준다.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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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 사라진다'
    미래학자들의 전망

    "결혼을 통한 가족의 형태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결혼제도를 통한 가족이 사라질 것으로 보는 미래학자도 있다. 매년 유엔미래보고서를 발간하는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한국 지부인 유엔미래포럼의 박영숙 대표는 "미래학자인 카론 멀로니는 2040년 결혼제도가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면서 "결혼을 통한 가족의 형태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17 주거혁명이라는 주제로 연내 책을 낼 계획이다. 주거혁명은 곧 가족혁명이다"라고 말하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수명연장과 정착생활의 붕괴입니다. 2040년 평균 수명은 130세에 이릅니다. 한 사람과 결혼해 한곳에서 100년 이상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가능할까요? 2040년엔 제조업이 소멸하고 일자리가 사라집니다. 80%가 프리랜서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이동을 할 수밖에 없는 노마드 시대에 주거, 정착은 고통이 됩니다. 더구나 시속 1,200km의 하이퍼루프 시대가 왔습니다. 머잖아 시속 6,000km가 가능해집니다. 베링해협만 뚫으면 세계를 몇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동성이 강화되면 한 나라 한곳에서 정착해 사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결국, 주택 소유의 종말이 오고, 가족의 소멸로 가는 겁니다. 핏줄 관계는 느슨해지고 1인 가구와 가족을 대체할 공동체가 늘어날 겁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0년 대한민국 1인 가구는 23.9%로 30년 전 4.8%에서 19.1%가 늘어났다. 통계청의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가구구성비가 2010년 2인>1인>4인>3인에서 2012년 이후 1인>2인>3인>4인 순서로 뒤집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5년엔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비율은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부부+자녀로 이뤄진 표준가족의 형태가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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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새로 생겨날 전망

    미래의 가족으로 1인 가구가 가장 많아질 것이고 동성애 가족, 애완용 동물과 사는 펫 패밀리, 여행하다 만난 노마드 가족, 로봇 가족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외국에서는 공동으로 태양광을 팔아 생활하는 '솔라 팜(solar farm)' 등 다양한 농장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고령화시대에 가장 보편적인 가족의 형태는 노인 친구들의 공동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주목할 만하다.

    /조선일보 DB

    노년 공동체가 뜰 것이다
    tvN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년 공동체를 다뤘다. 드라마는 자녀에게 더 이상 노후를 의지할 수 없는 시대, 나이들고 병들었을 때 옆을 지켜주는 것은 핏줄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의리'로 뭉친 친구들임을 보여줬다.

    여자 친구 4명과 함께 30년째 모임을 지속하며 매달 회비를 모은다는 신씨(56)는 회비를 모아 노후에 함께 살 집을 마련하려 한다. 그는 "친구들 중 누구도 노후에 자식에게 기댈 생각이 아예 없다. 일단 집을 지어놓은 후 남편 보내고 혼자 남은 사람 먼저 들어가 살기로 했다"다며 "혼자 남았을 때 함께 할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했다.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한장면 /방송 캡처
    로봇 가족이 대신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한국보다 빨리 가족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한 미래학자는 2025년에는 섹스나 로맨스도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외국 친구 중엔 모임 때마다 로봇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로봇을 옆에 앉혀놓고 스테이크를 자른 접시를 앞에 놓아주기도 하고 말을 걸기도 한다는 것이다.
    中서 제작한 말하는 미녀 로봇 '쟈쟈'… "남자친구 있나요?"
    "10년 뒤엔 남자보다 로봇과 성관계 맺는 여성 더 많다"
    말하고 이메일까지 보내는 섹스로봇이 곧 등장한다
    /조선일보 DB, 연합 로이터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그에 따른 사회적,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변화의 속도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이나 정책은 한참 뒤처져 있다.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탄생하는 신(新) 가족 혁명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변화를 이해하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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