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테리사 메이

    입력 : 2016.07.14 03:16

    라가르드 IMF 총재는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도 열광하는 패셔니스타다. 반짝이는 은발에 에르메스, 샤넬 같은 고급 브랜드를 우아하고 멋스럽게 소화해낸다. '스카프 정치'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중국 위안화가 달러·유로·파운드·엔에 이어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에 편입될지를 발표하던 날 그녀는 검정 바탕에 붉은 무늬 스카프를 매고 나왔다. 빨강은 중국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색. 기자들은 위안화가 SDR에 편입됐다는 사실을 회견에 앞서 알아차렸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라가르드 총재와는 대척점에 서 있는 여성 리더다. '단벌 패션' '돌려 막기 패션'이라는 우스개가 있을 만큼 옷 입기에 별 관심이 없다. 짧은 머리에 펑퍼짐한 바지는 그녀를 촌스러운 독일 아줌마로 보이게 하는 상징이다. 메르켈을 '나의 소녀'라 부르며 아꼈던 헬무트 콜 총리가 옷 사 입으라며 돈을 줬다는 일화도 있다. 그렇다고 매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메르켈이 수퍼에서 장 보는 모습을 보도한 조선일보 한경진 기자는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가 느껴졌다"고 했다. 


    [만물상] 테리사 메이
    ▶몇 년 전만 해도 여성 정치인들은 투덜댔다. 남성 정치인들과 달리 여성에 대해서는 실력보다 생김새와 옷차림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미 국무장관을 지낸 올브라이트나 힐러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하찮은 품평에 일희일비 말고 유머와 배짱으로 받아넘기자"고 다짐했다. 그러고 보면 테리사 메이 신임 영국 총리는 '별종'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메이는 '끝내주게 어려운 여자'라는 표현처럼 완고한 성격이다. 그러나 옷은 이삼십대 뺨치도록 자유롭게 입는다. 3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입고 나온 알록달록한 코트와 무릎 덮는 롱부츠는 그야말로 '끝내줬다'. 표범 무늬 구두와 색색깔 손톱, 가슴골 파인 원피스도 쉰아홉 나이를 떠올리면 파격이다. 패션 전문가들은 "자신의 여성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나는 정치와 비즈니스 세계에선 아주 명확한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남자처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남자처럼 강해 보이려고 딱딱한 바지 정장을 고집하는 기존 여성 리더들과는 많이 다르다. 패션 전문가 김정아씨는 "여성성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테리사 메이가 보여줬다"고 평했다. 브렉시트에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 메이 총리에게 매료된 이유다. 패션이 전략이 된 시대. '유니폼' 일색인 우리 정치판에선 언제쯤 메이 같은 여성을 볼 수 있을까.

    [나라 정보]
    메이 영국 총리, 여성 장관 대거 임명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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