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토부는 용산공원 조성에서 빠지는 게 낫다

조선일보
  •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입력 2016.07.13 03:14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용산공원은 민족의 깊은 상흔을 안고 있는 기지 터에 이를 치유하면서 민족 자존감을 드높이기 위해 조성되는 최초의 국가공원이다. 국토부는 지난 4월 공청회를 열어 용산공원 콘텐츠 검토안을 공개하고 확정하려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말이 콘텐츠 검토지, 실은 정부 부처들이 요구한 8개 시설물의 설치를 공론화 형식을 빌려 관철하려던 것이었다. 눈먼 땅으로 여긴 정부기관들이 저마다의 명분을 내세워 공원 내 필요한 시설의 설치를 요구해 왔던 터다. 2013년엔 12개 부처가 민속박물관 등 12개의 시설 입지를 요구했었는데, 부지를 합치면 공원 면적의 10.2%에 달했다. 폐쇄적인 조성 방식이 지속되는 한 권력기관들의 은밀한 입지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지난 4월 공청회 개최 목적 중 하나가 선정된 콘텐츠를 8개 시설로 설치하는 것이었다면, 다른 하나는 미군의 요청으로 미군 잔류 부대 출입 및 방호 부지의 위치와 면적(7만4000㎡)을 공원 부지에서 빼는 것이었다. 후자의 결정으로 공원구역은 243만㎡에서 235만㎡로 줄었다. 콘텐츠 논란에 묻혀 구역의 축소 문제를 언론이 제대로 주목하지 못했다. 마구잡이 시설을 넣는 것도 문제지만 공원 땅을 야금야금 빼먹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공원 조성이 제대로 되려면 기지 터의 온전한 복원은 필수다. 이 터의 원래 면적은 358만㎡이지만 정부의 시설 부지(국방부·전쟁기념관·국립박물관 등)와 미국의 시설 부지(미 대사관·헬기장·드래곤힐 호텔)가 떨어져 나갔다. 미군 잔류 지원 부지, 121병원, 전쟁기념관 옥외전시 부지 등은 '군 이용 검토 부지'로 다뤄왔다. 이 부지들이 다 빠지면 공원 면적은 원래 터의 64%(228만㎡)로 줄어든다. 이전을 앞둔 미군 측은 공원 부지의 상당 부분 땅을 2023년까지 계속 사용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런 몰골로는 온전한 국가공원이 될 수 없다.

기회의 땅을 어떻게 쓸지를 두고는 지난 20년 동안 논란이 계속됐다. 공공임대단지, 생태공원, 거주공원, 세계유산공원 등과 같이 '시대의 해석적 가치'를 내세운 다양한 방안이 제출됐다. 정부가 주도하면서 공원 조성은 '국가기관의 권력적 해석'을 반영하고 있다. 2011년 고시된 용산공원기본계획이 그러하다. 그간 제시된 조성 방안들의 공통점은 설계자들이 땅의 성격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당대의 가치를 표현한다는 미명 아래 개발 욕망을 숨긴 어떤 것들을 잡다하게 집어넣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하나같이 과잉 디자인, 과잉 인공, 과잉 개발, 과잉 권력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최근엔 문화유산 보전이란 시각까지 더해지면서 잡다함의 과잉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다.

이 모두는 국토부가 공원 조성 과정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용산공원다움'을 좌우할 '국가성'은 정부가 사업을 직접 추진한다는 의미 외엔 보이지 않는다. 국가성이 있다 해도 기본계획으로 정한 '공원 조성의 원칙'에 애매하게 반영돼 있을 뿐이다. 국토부의 조성 방식으로는 용산공원이 진정한 국가공원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시민들이 시대를 뛰어넘는 안목으로 용산공원의 국가성을 찾고 구현해내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
[기관 정보]
국토교통부는 어떤 일을 할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