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6개월을 끌어온 중국 대(對)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중재안 선고가 12일 이뤄진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는 현지 시각으로 이날 오전 11시(한국 시각 오후 6시)에 필리핀이 지난 2013년 1월 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안에 대해 선고한다. 핵심 쟁점은 중국이 남중국해의 85%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인 이른바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의 효력과 중국이 남중국해에 만든 인공섬에 해양법상 중국 영유권이 있는지 여부다.

만약 PCA가 구단선의 효력이나 중국 인공섬의 합법성에 대해 일부 또는 전부를 '무효'라고 판단한다면 중국은 외교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는 미국의 승리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로 충돌하는 미·중 관계에 더 큰 파도가 몰아칠 전망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란?]

[중국은 어떤 나라?]

미·중이 26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등에서 남중국해 판결과 관련한 우리 측 의견을 물을 수도 있다. 한국 외교가 사드 배치에 이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미·중이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지지 세력 확보를 위한 외교전을 벌인다면 국제사회는 두 강대국에서 양자택일을 요구받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으로 간주해온 중국은 선고를 앞둔 11일까지 남중국해에서 사상 최대 규모 훈련을 벌이며 판결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중국은 특히 최신형 전략폭격기 훙(轟)-6가 초음속 대함 미사일 잉지(鷹擊)-12를 발사하는 장면 등 과거에는 공개하지 않았던 훈련 모습까지 관영 CCTV를 통해 공개했다. 중국은 이번 훈련에 남해·동해·북해함대 등 해군 3대 함대와 군함 100여 척, 항공 병단, 잠수함 등을 투입했고 상장(대장)급만 4명이 지휘를 맡고 있다.

중국은 이번 선고를 앞두고 남중국해 인공섬에 대형 등대 5개를 건설해 이 중 4개를 이미 가동 중이라는 사실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