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국민 건강 위협하는 막장 '먹방'

    입력 : 2016.07.12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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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요즘 '먹방'을 보면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먹방'은 요리를 소재 삼거나 출연진의 음식 먹는 장면이 주된 내용인 방송 프로그램을 말한다. 유명 셰프나 방송인이 맛집 순례를 하는 먹방은 그나마 소화할 만하다. 하지만 시합하듯 경쟁적으로 먹고 이에 환호하는 방송에는 체기를 느낀다. 먹방 단골 방송인이 먹는 무지무지한 양을 보면 침이 넘어가다가도 숨이 넘어갈 듯 불안하기까지 하다.

    먹방 제작진은 그 정도로는 양이 차지 않았는지 요즘에는 걸그룹 청소년까지 등장시켜 먹는 대결을 펼치게 한다. 닭뼈나 쌈 음식을 먹는 입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 민망한 모습을 그대로 쏟아낸다. 출연 청소년들에게 '먹어야 방송에서 살아남는다' 식으로 강요하는 분위기마저 느껴져 인권침해라는 생각도 든다. 먹방도 이런저런 형태의 '예능 프로'라고 하면 그만일까. 그렇지 않다. 국민 건강 측면에서 '막장 먹방'이 주는 위협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모방하기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생각하면 '19금'으로 분류해야 할 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 '두뇌와 인지 저널'에 먹방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 발표했다. 먹방이 비만 유발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 핵심 결론이다. 현대인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화려한 음식과 과다 포식 영상에 노출돼 있다. 의학계에서는 그런 영상을 (생식기가 아닌) '소화기 포르노'라고도 부른다. 사람들에게 그런 영상을 보여주고 뇌를 MRI로 찍어 조사해보니 눈으로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기만 해도 시각적 허기를 느끼고, 이는 탐욕 중추를 자극해 결국 식탐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먼저 사진을 찍고 그다음에 음식을 먹는 '선찍후식'의 유행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 먹방의 영향으로 자신이 '먹을' 음식 이미지를 인스타그램이나 페북, 트위터 등 SNS에 경쟁적으로 올려서 많은 이가 먹음직스러운 음식 이미지를 일상으로 접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잠재적으로 식욕 절제가 힘들어져 불필요한 음식 섭취로 이어진다. 결국 먹방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은 무심결에 식탐을 악화시켜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의견이다. 게다가 먹방에서는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 위해 중독성이 있는 고칼로리 기름진 음식이나 맵고 자극적인 메뉴가 자주 등장한다. 설탕이 듬뿍 들어간 손쉬운 조리법이 퍼져 나가기도 했다. 다들 건강 음식과 거리가 멀다.

    선진국 유명 셰프들은 건강한 음식을 방송에 선보이려고 애쓴다. 어떻게 하면 몸에 안 좋은 설탕이나 소금을 적게 써도 음식을 맛있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이 하는 레스토랑에서 그런 건강 메뉴를 선택하면 음식값을 깎아주는 캠페인도 벌인다. 방송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직접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건강 요리법을 소개하려 애쓴다. 청소년 비만이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는 아이들이 칼로리 높은 라면이나 피자·햄버거 등 가공 식품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우리 먹방 프로그램들은 시청자에게 어떻게 먹어야 건강할 수 있는지 알려줄 생각이 애초에 없는 듯하다. 건강하게 먹는 즐거움과 소중함을 전하는 먹방이 대세가 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시청자가 나서야 한다.

    [키워드 정보] 대한민국은 지금 먹방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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