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이달 말 발표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 THAAD) 배치 지역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경북 칠곡, 충북 음성, 경기 평택, 강원 원주, 경남 양산 등에서는 사드에 반대하는 궐기대회와 기자회견이 열렸거나 예고돼 있다. 칠곡과 음성에서는 군수와 군의회 의장이 삭발했고 지역 국회의원들과 경북·충북지사도 반대에 가세했다. 칠곡군수는 "삭발보다 더한 극한 선택도 각오하고 있다"는 협박도 했다. 한마디로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행태들이다.
사드 배치는 북한이 남한을 사거리별로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패키지를 구축하고 핵(核) 소형화 능력을 고도화하는 상황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간 여론조사에서 사드 반대 지역에서도 찬성 비율이 대체로 더 높았던 것이다. 그러다 막상 내 지역에 사드가 배치된다고 하니 "죽어도 안 된다"는 식으로 돌변하고 있다.
문제는 지역 정치인들이 이런 '사드 혐오(嫌惡)'를 앞장서서 부추기는 현실이다. 새누리당은 사드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배치 후보 지역의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는 식으로 말하고 다닌다. 안보는 뒷전에 두고 지역 이기주의에 영합하는 부끄러운 처신이다. 국가가 무너지면 지역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식화한 이후에도 사드의 실효성과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일부에선 중국의 '경제 보복론'까지 부각시키면서 국민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혼란에 대한 책임은 상당 부분 정부에도 있다. 무엇보다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를 구하는 사전·사후 노력이 충분치 않다. 이는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방침을 발표하던 날 오후, 주무 장관 중 한 명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백화점에 들러 양복을 수선하고 한가하게 쇼핑을 했다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엊그제 "사드 배치 부지가 결정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고, 어제는 국회에서 "가용(可用) 부지에 대한 의견 정리가 끝났다"고 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입지 발표를 앞당겨 지금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을 서둘러 끝낼 필요가 있다. 국방부는 사드를 민가(民家)와 떨어진 고지대에 배치해 전자파 안전 거리를 확보할 것이라고 한다. 거기서 그치지 말고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유해 범위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과학적 근거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