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사드, 변명 안통한다" 맹비난… 한국 지칭땐 "친구들" 표현

입력 2016.07.11 03:12 | 수정 2016.07.11 07:43

[사드 한반도 배치]
中정부,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냉정은 유지

中국방부가 심야 성명 내는 등 반발 수위 이례적으로 높지만
'보복' '제재' 등 극단적 표현 자제… 인민일보도 한국 대신 美 비난
中네티즌 사이선 反韓감정 고개 "사드가 왔다, 오빠는 간다" 표현
시진핑 판단·中국민감정이 관건

9일(현지 시각) 스리랑카 콜롬보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사드(THAAD) 배치는 한반도 방어 필요성과 거리가 멀다”며 “이에 대해서는 그 어떤 변명도 궁색하다”고 했다.
9일(현지 시각) 스리랑카 콜롬보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사드(THAAD) 배치는 한반도 방어 필요성과 거리가 멀다”며 “이에 대해서는 그 어떤 변명도 궁색하다”고 했다. /신화 연합뉴스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 정부는 주말에도 강경한 반대 목소리를 이어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9일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방어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라며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그 어떤 변명도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스리랑카를 방문 중인 왕 부장은 현지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고,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즉각 공개했다.

왕 부장은 "우리는 미국이 다른 국가의 불안전을 발판으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지 말고, 안전 위협을 빌미로 다른 국가의 정당한 안전 이익을 위협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중국 국방부가 양위쥔(楊宇軍) 대변인 명의의 사드 반대 성명을 발표한 사실도 9일 알려졌다. 중 국방부는 "한·미 양국의 움직임을 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국가의 전략적 안전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성명은 8일 밤 9시 34분(한국 시각 10시 34분) 처음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국방부가 이례적인 심야 성명을 내놓을 만큼 중국 정부의 반발이 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한·미 간에 차이를 두는 모습이다. 왕이 부장이 '한국의 친구들(朋友們)'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한 예다. 그는 "한국의 친구들이 사드 배치가 진정으로 자국의 안전과 한반도의 평화 안정,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를 냉정하게 생각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에 밝은 한 소식통은 '친구들'이라는 표현에 대해 "북핵(北核)에 대한 분노와 사드 반대 여론이 공존하는 한국 분위기를 염두에 두고 '미국에 대한 불만이 더 크다'는 걸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의 반발 정리 표
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대부분의 관영 매체들도 한국에 대한 '보복'이나 제재' 같은 극단적인 표현은 피했다. 인민일보는 9일 사설에서 "덕에 의지하면 성하고 힘에 의지하면 망한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지만, 한국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반면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환구시보(環球時報)는 8일자 사설에서 "사드 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한국 정계 인사의 중국 입국을 제한하고 그들과 관련된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면서 "사드를 겨냥한 유도탄 준비 등 사드에 대비한 군사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중·러 연합 행동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의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가 대한(對韓) 제재를 지지했다.

결국 관건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포함한 중국 최고 지도부의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전문가는 "시 주석이 수차례 사드 반대 의사를 직접 밝혔고 '중국의 핵심 이익에 있어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며 "국가적 체면 때문이라도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중국의 국민 감정이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사드가 왔다, 오빠는 간다'는 표현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상, 한류(韓流) 스타에 환호하는 식의 태도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유명 온라인 논객인 마지화(馬繼華)는 바이두(百度)에 "중국 정부가 설령 가시적인 제재를 취하지 않더라도 애국심이 강한 중국의 젊은 세대가 삼성전자 제품을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한(反韓) 감정이 번질 경우 관광이나 무역, 비자 발급 등 부문에서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경제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어도 등 한·중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해역에 대한 군함이나 해양순시선 순찰 강화, 사드를 타깃으로 한 전략 미사일 증강 배치나 대규모 군사훈련 등의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반면, 중국이 행동에 나서더라도 한·중 관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은 피할 것이라는 분석들도 나온다. 중국 런민대(人民大) 진찬룽(金燦榮)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한국에 벌칙을 주더라도 양국 관계가 너무 멀어져서는 안 된다"며 "한·미의 밀착을 막고 한·중 관계를 이간시키려는 미국의 음모에 말리지 않으려면 정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스인홍(時殷弘) 교수도 "한·중 경제 교류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현실에서 경제 제재 등 극단적 조치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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