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마나시현 후에후키(笛吹)시의 한 냇가를 끼고 자리잡은 료칸(旅館·일본 전통 여관) '야마부키'는 중국인이 운영한다. 3년 전 일본인 사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걸 지난해 한 중국 사업가가 인수해 재개장했다. 이후 료칸의 주 고객은 일본인이 아닌 중국 관광객이 됐다.

지난 7일 찾아간 이곳은 저녁이 되자 양손에 짐 꾸러미를 가득 든 중국인 관광객들로 로비가 시끌벅적했다. 30분 동안 체크인을 마친 중국 관광객만 50여명. 숙소 종업원도 대부분 중국인이었고 실내엔 중국어로 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마치 중국의 어느 호텔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지역 관광안내소 관계자는 "(그 료칸은) 여행사를 통해 중국 단체 손님만 받기 때문에 최근엔 일본 관광객 발길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7일 중국 관광객들이 일본 야마나시현 후에후키시의 료칸 ‘야마부키’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3년 전 일본인 사장이 운영하던 이 료칸은 지난해 중국 사업가가 인수해 재(再)개장했다.

최근 일본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일본의 전통 문화 중 하나인 료칸을 인수하려는 중국 자본이 늘고 있다. 중국인의 관광 패턴이 대도시 쇼핑보다 지방 온천이나 문화재를 찾는 것으로 바뀌기 시작하자 중국 부동산 투자가들이 아예 일본의 전통 료칸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손님은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이다. 온천으로 유명한 후에후키시에선 야마부키 료칸처럼 최근 1년 사이 중국인 소유로 넘어간 료칸·온천 호텔이 6곳에 이른다.

부동산 연구 기관인 도시미래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계 자본에 의한 일본의 여관·호텔 매매 건수는 46건으로 전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관광객 증가로 객실 가격이 오르자 지방 료칸까지 유망 투자처로 떠오른 것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중국 자본의 료칸 인수 규모가 정확하게 집계는 안 되지만 그중 상당수가 중국인이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료칸 등 숙박시설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중국의 부동산 자산가들은 일본에서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궈광창(郭廣昌)이 이끄는 부동산재벌 푸싱(福星)그룹은 최근 일본 내 호텔, 리조트 등 부동산 투자 규모를 현재 2000억엔에서 5000억엔(약 5조7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그룹은 지난해 12월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호시노 리조트'를 180억엔에 인수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중국은 어떤 나라?]

도쿄의 한 부동산 중개회사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중국인 부동산 사업가는 불과 4시간 상담 후 가나자와, 하코네에 있는 료칸 3곳을 매입하는 10억엔(약 114억원) 규모 계약에 사인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자본이 료칸 등 일본 숙박시설을 '바쿠가이(爆買·마구 사들임)'하고 있다"며 "일본 문화를 체험해본 중국 부유층들 사이에선 유명 온천과 료칸을 소유하는 게 유행처럼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중국인은 도쿄 신주쿠, 오사카 난바 등 인기 관광 지역 주변 아파트를 매입해 관광객 대상 민박 사업도 펼치고 있다. 민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사실상 불법이지만 방값이 저렴해 중국 관광객에겐 인기가 높다. 도쿄, 오사카 지역의 호텔들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에 손님을 빼앗기면서 매출이 줄자 지난달 정부를 대상으로 '1년에 민박 일수를 한 달로 제한하라'는 항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일본 관광업 분석 업체인 이카도관광연구소 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숙박 시설 인수에 대해 '침체된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반기는 분위기가 있지만 일본을 상징하는 전통 료칸이 중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