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사드, 북핵 해결 이후엔 있을 필요 없다

조선일보
  •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前 외교부 장관
    입력 2016.07.11 03:17

    사드로 국론 분열, 정부에 책임
    국민에게 당당하게 설명하기보다 쉬쉬하며 부처 간 엇박자만
    사드 배치 명분 강화하고 한·중 관계 악화 막으려면 '북핵 해결될 때까지' 단서 붙여야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前 외교부 장관 사진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前 외교부 장관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반도를 둘러싼 네 나라는 한결같이 세계 최강대국이다. 세계지도 어디를 봐도 그런 나라는 없다. 그래서 강대국들 세력 경쟁 틈에서 식민지가 되었고 분단의 고통이 벌써 71년째다.

    그런데 지금도 우리는 주변 대국 간의 게임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한 진단도 없고, 거기에 어떻게 대응해서 꼬여버린 역사의 매듭을 풀어나갈지 의지도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 철저한 주인 의식에 근거한 영민함이나 결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잘 모르는, 그들 간의 거대한 권력 게임이 만들어내는 큰 파도에 이리저리 떠밀려 표류하는 작은 배 같은 모습이다.

    지난 주말 발표된 사드 배치 결정도 그런 모습의 일단을 보여준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위협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방어 목적으로 사드 배치에 합의한 어려움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무수단 미사일 발사 성공에 김정은이 뛸 듯이 기뻐했다는 보도를 보았을 때 그러했다. 우리 안보의 버팀목인 동맹국 미국이 자국 비용으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을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는 점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사드 배치가 이 정도에서 끝나는 간단한 사안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에 합의했을 때는 그것이 다른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 외교 목표 달성에 어떠한 손익이 있느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했다. 그런데 바로 그 부분에 대한 정부의 고뇌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드 배치는 북한 문제를 핵 보유 강대국 간에 벌어지는 미사일 방어라는 거대한 전략 게임에 연동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사드 시스템의 레이더가 위협이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들은 한국이 미·일의 미사일 방어 체제에 통합되는 미래의 '위협(?)'을 더 걱정한다. 이러한 미·일 대(對) 중·러 간의 거대 전략 게임에 우리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올라타게 되는 경우,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북핵 해결과 통일 목표 달성에 가져다줄 손익을 면밀하게 따져야 했다.

    기존의 북한 안보 위협에 추가되는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데 사드가 플러스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의 중장기 전략 목표인 비핵화와 통일에 더 큰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면 정부는 대단히 신중해야 할 것이다. 사드 배치로 인해 미·중, 미·러 갈등과 한·중, 한·러 갈등이 더욱 심해진다면 비핵화나 현 정부가 그처럼 강조해온 통일에 대한 국제 협력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책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는지 국민에게 밝혀야 할 것이다.

    특히 한·중 관계의 악화 가능성이 우려된다. 물론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간주하고 대북 제재도 북한 체제를 흔들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한 수준에서 행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한·미의 입장에서 상당히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왜냐면 북한 최고 권력자들이 그러한 중국의 속내를 역으로 활용하면서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마음껏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북한을 지원해온 중국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단순히 한·중 경제 관계뿐만 아니라 만일 우리가 진지하게 비핵화와 통일을 추구하겠다면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나라임이 분명하다.

    또한 만일 이 문제에 대해 국론이 분열된다면 정부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국민이 보기에 정부 내에서 관계 부처 책임자들, 전문가들, 대통령 보좌관들이 진지한 난상토론을 벌려 합리적인 분석과 대책을 마련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그에 근거해 대통령이 최종 판단해 결정했다면 국민은 아마도 그것을 존중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처 간에 엇박자만 자주 목격되었고 최근까지도 국민에게 당당히 설명하기보다는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언가 참 위태롭게 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아쉬움에도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겠다면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사드 배치의 명분도 강화하고 중국에 카드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23일 케리 미 국무장관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에 핵 위협이 없다면 남에 사드 배치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양을 항해하는 작은 배는 때때로 밀어닥치는 거센 파도를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중심을 잡고 온 힘을 다해 매달려 방향키를 가려고 하는 항구를 향해 돌려야 한다. 사드라는 큰 파도에도 그와 같은 방향 감각과 의지로 대응해야만 통일이라는 항구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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