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사 主權 차원의 사드 배치' 中·러에 당당해야

조선일보
입력 2016.07.09 03:08

한·미 양국이 8일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1개 포대를 배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나라가 지난 2월 7일 공식 협의에 들어간 지 5개월 만이다. 사드 레이더 및 포대가 배치될 지역도 이미 결정했으나 사전 정지 작업을 거쳐 이달 말쯤 발표할 예정이며, 내년 말까지 부대 배치를 완료한다는 목표라고 한다.

사드 배치는 북의 미사일에 대한 방어력 강화라는 순수 군사적 측면과 함께 중·러가 얽혀드는 국제정치적 측면을 동시에 띠고 있다. 어느 한 쪽을 무시하거나 기우는 결정을 해서는 나중에 큰 화근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다. 이번 배치 결정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번 결정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북은 우리 중부권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스커드 B·C와 함께 최근 고각(高角) 발사 노동미사일을 통해 남부권까지도 직접 위협하고 있다. 북은 괌을 겨냥하는 무수단이나 미 본토까지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외에 이런 스커드·노동미사일을 1000기 안팎 보유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능력은 나날이 확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면 국가라 할 수 없다. 사드가 실전 운용되기 시작하면 기존 패트리엇 방어망의 한계를 크게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것은 주한 미군이 미 정부 예산으로 들여오는 것이기 때문에 한·미 동맹 강화 차원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발표가 나자마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러 정상은 지난달 25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이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안전과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얼마 전 중국 관영 언론에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식의 협박성 말도 나왔다. 이웃 국가의 행동에 이렇게 거칠게 반응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측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보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캐나다에 미국을 감시하는 중국 레이더 기지가 들어서는 것과 똑같다는 비유도 나온다. 한·미 양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공동 특사단을 파견하는 등의 설득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우리 정부는 이번 결정이 어디까지나 우리의 군사 주권(主權)적 선택이라는 점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북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온 20여년 동안 중국이 단호하게 대처하고 제재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다. 중국이 사드를 한반도에서 빼내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북의 오판을 근본적으로 바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이, 남중국해 여러 섬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베트남·필리핀 등이 갈등을 벌이면서 동아시아 지역 일대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이 지역 어디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이 이런 소용돌이에 말려드는 빌미가 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이 격랑을 헤쳐갈 수 있느냐가 우리 손으로 통일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직결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국가의 결정이 과감할 땐 과감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달 말 사드 배치 지역이 발표되면 국내적으로도 소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의 사례에서 보듯 이른바 '활동가'로 포장한 반미 좌파들이 개입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예상해볼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의 불만과 불편은 최대한 보살펴야 하겠지만 이런 정치적 선동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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