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지 절반 잃은 IS, 민간인 상대로 보복 테러

입력 2016.07.05 03:00 | 수정 2016.07.05 11:51

이라크軍이 팔루자 탈환하자 IS, 소프트 타깃에 무차별 테러
사우디 美영사관 앞 자폭 공격도…
연합군의 IS 압박 성과 거둘수록 IS의 게릴라성 테러 기승 부릴 듯

3일(현지 시각)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번화가에서 일어난 대규모 자살 폭탄 테러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 공습 등으로 세력이 크게 위축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민간인에 대한 테러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저지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테러로 최소 213명이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4일 하이데르 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테러 현장을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도하고, 사흘간 국가 애도의 날을 선포했다. BBC는 "아바디 총리의 방문에 맞춰 바그다드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가 테러를 막지 못한 데 대해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3일 일어난 자살 폭탄 테러로 최소 213명이 숨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번화가인 카라다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희생자들을 추도하고 있다.
3일 일어난 자살 폭탄 테러로 최소 213명이 숨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번화가인 카라다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희생자들을 추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IS 대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은 지난 3일 오전 1시쯤 바그다드 도심 상업지구인 카라다 지역에서 트럭에 화약을 싣고 대형 상가로 질주해 건물을 들이받으며 자폭(自爆)했다. 순식간에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늦은 밤이었지만 온종일 금식(禁食)하고 해가 진 뒤 식사를 하는 라마단 기간이어서 거리에 사람이 붐볐기 때문이다. 5일로 라마단이 끝나고 다음 날부터 사흘간 이어지는 명절 '이드 알피트르'를 앞두고 있어서 가족 단위 쇼핑객이 많았다. 사고 지점은 한국 대사관 등 외국 대사관 밀집지와 1~2㎞ 거리에 있다. 2차 테러도 같은 방식으로 카라다 상업지구 북쪽 15㎞ 거리의 샤압에서 벌어졌다. IS는 이날 인터넷을 통해 바그다드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라크에서는 올 들어 바그다드를 비롯한 각지에서 8건의 각종 폭탄 테러가 발생해 580명 이상이 숨졌다. 이 중 바그다드에서는 4건이 일어났으며, 이번 테러의 희생자 규모가 가장 컸다.

IS 사태 전황 그래픽
이번 폭탄 테러는 이라크 정부군이 바그다드에서 시리아 국경으로 가는 길목의 전략적 요충지인 팔루자를 IS로부터 탈환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졌다. 현지에서는 이번 테러가 팔루자를 뺏긴 데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받은 이라크 정부군의 대대적 공세에 밀려 주요 거점을 빼앗기는 등 열세에 몰리자 IS가 기존의 정규전 방식을 게릴라식 공격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IS 격퇴전에서 승리할수록 바그다드 등 주요 도시들이 더 위험해지고,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 빈도와 강도가 더 증가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IS는 전황이 불리해지자 이라크 밖에서도 전방위로 민간인을 타깃으로 한 테러 공격을 벌이고 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제2 도시 제다 주재 미국 영사관 인근에서 자폭 공격을 벌였다. 사우디 국영방송 알아라비아는 "미 영사관 인근 병원 주차장에 수상한 차량이 있어 경찰이 검문을 하자, 차에 있던 남성이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몸에 장착한 폭탄을 터뜨리며 자폭했다"고 보도했다. 이 폭발로 범인 외에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현장의 경찰 2명이 크게 다쳤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궁지에 몰린 IS가 존재감을 드러내 추종자를 더욱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했다.

IS는 지난 1년 사이 미국 주도 연합군의 폭격과 이라크·시리아 정부군 등의 총공세에 밀려 점령지 절반 정도를 잃었다. IS는 2014~2015년 초 시리아·이라크 일대의 도시 10여곳을 장악했으나, 현재는 5곳만 남았다. 팔루자와 라마디가 함락됐고, 자금줄이었던 유전(油田) 시설 일부도 정부군 손에 넘어갔다.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은 IS의 수도 격인 락까를 탈환하기 위해 도시 외곽을 포위하면서 보급로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라크 정부군이 IS가 장악한 최대 도시인 모술 탈환전을 본격화하면 이에 반발하는 IS의 민간인 테러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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