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해외 자원 개발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고유가일 때 투자한 개발 프로젝트들은 유가가 내리면서 엉망이 돼버렸다. 자원은 땅속에 그대로 있지만 개발의 가치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자원 개발을 재개하려면 세계 경제가 현저하게 회복되고,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나드는 상태가 돼야 한다.

공기업을 앞장세우고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 방식은 믿을 만한 게 못 됐다. 위험한 해외 사업은 민간이 하지 않으려 하니 정부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모두가 믿었다. 자원 개발의 역량도 부족했고, 사업 관리도 서툴렀다. 정치적 의욕과 근거 없는 자신감만 팽배했을 뿐이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자산의 정리, 그리고 민간이 주도하는 투자로 대전환해야 한다.

공기업이 주도했던 사업의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보면 석유공사가 4조5000억원, 광물자원공사가 2조원이 넘는다. 예산으로 운영하는 공기업인데 기업 규모에 비하여 손실이 너무 크다. 또한 부실 프로젝트들을 재평가하면 손실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본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유가가 내리면서 석유를 사는 데 드는 돈은 한 해에 50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잘못된 투자로 손해 본 액수보다 훨씬 크다. 자원 개발 투자는 죽을 쑤었지만, 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를 싸게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유가가 올랐다면, 자원 개발 투자는 대박이 되었겠지만, 석유를 사오는 데 더 엄청난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쪽만 봐서는 안 되는 유가 변동의 경제학이다.

자원 투자는 위험이 매우 높다. 대신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길게 보면 투자 성과가 아주 좋은 분야다. 자원의 탐사와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메이저들은 유가 변동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투자를 집행하는 것을 대원칙으로 갖고 있다. 유가가 높든 낮든 일정하게 적립식으로 투자해 나감으로써 위험을 회피 또는 분산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하는 방법을 지키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시절에도 군대를 훈련하는 것은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전쟁을 예방하는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해외 자원 개발에서 잘못된 부분은 고치자. 과감하게 버리자. 하지만 에너지 안보를 위한 노력마저 버리면 너무 큰 것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