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란 무엇인가]

국회의원들의 보좌진 가족 채용 논란을 계기로 여야가 의원 특권(特權) 내려놓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잘못된 법과 관행, 제도 정비를 위해 자문 기구를 구성키로 했다. 자문 기구에 일반 시민과 학계 전문가도 참여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드러난 국회의원의 갑(甲)질 행태는 그들 의식 속에 사익(私益) 추구와 도덕적 해이가 깊숙이 뿌리 박고 있음을 보여줬다. 갖가지 형태의 보좌관 비리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비상한 대책이 필요해 보이지만 그 길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폐기된 김영란법의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을 되살리는 방법이 있다.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은 애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김영란법 원안(原案)에 포함돼 있었지만 작년 3월 국회 처리 과정에서 통째로 잘려나갔다. 공직자가 4촌 이내 친족과 관련된 직무를 맡지 못하도록 하고, 고위 공직자 가족의 공공기관·산하기관 특채(特採)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제한 내용만 10조항으로 이뤄졌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같은 선출직 공직자까지 적용 대상이었다.

국회의원의 업무 범위는 다른 공직자들에 비해 포괄적이다. 원안대로 통과됐다면 의원들이 지역구 건설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조언을 해주는 행위도 불법이 된다. 의원 가족은 훨씬 더 많은 공공기관에 대해 수의계약을 제한받게 된다. 국회의원들 갑질의 상당수가 불가능해지고 이걸 어겼다간 처벌받는다. 그러나 여야는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을 몽땅 삭제한 반쪽짜리 김영란법 수정안을 통과시켜 올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김영란법과 별도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보다 국회가 앞장서는 것이 더 신속하고 효과적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에서 같은 취지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을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여기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한 내용이 포괄적이라 위헌 소지가 있다면 범위를 조정하거나 절차를 보완하면 될 것이다.

새누리당·더민주 두 당은 작년에 김영란법 협상을 진행하면서 국회의원들에게 유리한 조항만 슬쩍 끼워 넣었다. 부정 청탁의 예외 조항에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 행위'를 집어넣은 것이다.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을 몽땅 들어낸 상태에서 금배지들이 지역구 민원을 정부 부처나 기관에 요청하는 행위에 대해 '셀프 면죄부'를 준 것이다. 당시 세월호 등 현안을 놓고 치고받고 싸우면서도 자신들 이해가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낯 뜨거운 담합을 했다. 국민은 지금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여야의 특권 버리기 경쟁 역시 일시적 보여주기 쇼에 그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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