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벼락치기' 학교폭력 교육후… 스쿨 폴리스 투입

입력 2016.07.01 03:00 | 수정 2016.07.01 08:07

['졸속' 학교전담경찰관制]

朴정부 '4대惡 근절' 코드 맞춰 195→1075명으로 급격히 늘려… 체계적 교육·인성 검증 없어
작년에도 여학생 성폭행 있었고 최근엔 술집 단속정보 흘려 체포된 경찰이 현직 스쿨 폴리스
본업인 학교폭력 처리보다 강연·홍보활동에 더 치중

상담 대상인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하경찰서 소속 김모(31) 경장이 몇 년 전 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뽀로로’복장을 하고 스쿨 폴리스(학교전담경찰관) 홍보 영상에 출연한 모습.
여고생과 성관계… '뽀로로 경찰'로 유명 - 상담 대상인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하경찰서 소속 김모(31) 경장이 몇 년 전 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뽀로로’복장을 하고 스쿨 폴리스(학교전담경찰관) 홍보 영상에 출연한 모습. /부산 사하경찰서 홈페이지
학교전담경찰관(스쿨 폴리스)이 보호 대상인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부산 사하경찰서와 연제경찰서 사건을 계기로 이 제도의 전면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쿨 폴리스가 보호대상이었던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8월 경북 고령경찰서 스쿨 폴리스 김모(43) 경사가 지능이 다소 떨어지는 19세 A양을 수차례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김씨는 부모에게 버림받아 혼자 사는 A양을 찾아가 밥을 사주면서 친해진 뒤 "같이 드라이브하자"고 꾀어 자신의 차 안에서 성폭행했다. 김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당시 경찰은 김씨의 상사 2명에게 견책 등 가벼운 징계만 하고 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경찰관과 여학생의 사적인 만남이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개선책을 찾지 않고 사건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던 것이다. 그러다 9개월여 만에 부산에서 비슷한 사건 2건이 연달아 터졌다.

스쿨 폴리스 제도는 2011년 12월 20일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대구의 한 중학생이 투신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경찰청은 이 사건이 발생한 뒤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2012년 1월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두 달 뒤인 같은 해 3월 전국의 경찰 195명이 스쿨 폴리스로 배치됐다. 당시 서울 지역에서 스쿨 폴리스로 배치돼 2년간 활동했던 이모 경위는 "체계적인 교육 없이 2주일간 학교 폭력 사건 처리에 관한 기본 절차 등을 벼락치기로 공부한 뒤 곧바로 투입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 제도 도입 당시부터 '졸속'이라는 우려가 경찰 내부에서 나왔다고 한다.

韓·美 스쿨 폴리스 근무 경력 비교
지난 5년간 스쿨 폴리스는 1075명까지 늘었다. 현 정부가 학교 폭력을 포함한 4대 악(惡) 근절에 나서겠다고 하자, 경찰이 정권에 코드를 맞춰 스쿨 폴리스 수를 급격히 늘린 것이다. 그러나 미성년자인 학생 문제를 다루는 데 필요한 교육이나 인성(人性) 검증 등은 5년 전 첫 시행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29일 금품을 받고 유흥업소 단속 정보를 브로커에게 흘려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서울 서초경찰서 김모 경사는 현직 스쿨 폴리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 경사는 서초서 생활질서계에서 근무하던 2008~2010년 단속 정보를 흘렸다. 서초경찰서 안팎에서 김 경사와 관련한 여러 소문이 끊이지 않았는데도 그를 스쿨 폴리스로 임명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대구에서 스쿨 폴리스로 2년간 활동했던 한 30대 남자 경찰관은 "스쿨 폴리스는 경찰관 사이에서 인기가 없고 경쟁률이 낮아서 지원하면 누구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년간 스쿨 폴리스로 활동한 30대 여경은 "스쿨 폴리스 중 한 자리가 비자 부서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나를 시키더라"고 했다.

스쿨 폴리스의 업무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일선에서 이조차 잘 지키지 않는 것도 문제다. 경찰청이 만든 매뉴얼에는 '학생이 상담을 요청할 때는 상담실 등 별도 장소를 택해야 한다'라고만 돼있다. 학교 밖에서 심야에 만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은 없다. 문제를 일으킨 부산의 스쿨 폴리스들은 상담을 명목으로 담당 여학생들과 자신의 차 안에서 수차례 만났다. 스쿨 폴리스가 본업인 학교 폭력 예방에 치중하지 않고, 경찰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 활동에 치중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하경찰서 김모(31) 경장은 부산 지역에서 '뽀로로 경찰관'으로 유명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인 뽀로로 복장을 하고 강연을 다니고 경찰 홍보용 행사에 많이 나섰기 때문이다.

울산대 경찰학과 이창배 교수의 연구(2015년)에 따르면, 한국 스쿨 폴리스의 40%는 31~37세다. 미국은 53세 이상이 전체의 36%다. 한국은 스쿨 폴리스 50% 이상이 경력 9년 이하였지만, 미국은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 절반을 넘었다. 이창배 교수는 "한국은 스쿨 폴리스가 경찰청 소속인 반면, 미국은 교육청 소속으로 출발부터가 다르다"면서 "미국처럼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스쿨 폴리스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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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폴리스 제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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