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이민자 통제 등을 둘러싼 양측 이해관계 충돌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영국은 폴란드 등 EU 국가 출신 이주민 유입을 제한하면서도 유럽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EU는 유럽 시장에 접근하려면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도 보장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은 29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국을 배제한 채 비공식 회담을 갖고, "영국이 EU가 규정하고 있는 4가지 자유를 보장하지 않으면 EU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이 밝혔다. 4가지 자유란 사람과 자본, 서비스,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말한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오전 연방의회 연설에서 "누구라도 특권만 누리고 의무는 지지 않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며 영국에 '곶감 빼먹기(cherry picking)' 식의 특혜 제공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28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키워드 정보] EU는 어떤 공동체?]

반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전날 EU 정상회의에서 "이번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의 최대 쟁점은 이민자 문제였다"며 "앞으로 영국은 EU 국가 출신 이민자를 많이 받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민자 통제 문제와 EU 단일 시장 접근권 문제를 어떻게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느냐가 (향후 협상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 런던은 EU 덕분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위한 청산소를 운영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할 것"이라며 "유럽을 끝장내려 한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국은 파운드화를 쓰지만, 런던 금융계는 유로화의 청산 기능을 수행하는 등 유럽의 금융 중심지 역할을 했다.

EU는 영국에 가능한 한 빨리 협상 테이블에 나서라고도 압박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 후임 총리가 잔류 측에서 나오면 총리 지명 이후 2주일 이내, 탈퇴 측에서 나오면 바로 다음 날 EU 탈퇴 공식 통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탈퇴 협상은 해당국이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해야 시작된다. 영국은 오는 9월 2일까지 후임 총리를 선출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미·EU 정상들과 잇따라 만나 브렉시트에 따른 국제사회 동요와 충격파 해소에 나섰다. 29일 캐나다·멕시코 정상과 회담하고, 다음 주에는 폴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EU 지도자들과 연쇄 회동할 예정이다. 한편 네덜란드 하원은 28일 네덜란드의 EU 탈퇴 찬반 국민투표안을 부결시켰다. 극우정당 자유당이 발의한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150명 중 14명에 불과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