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독자 개발한 첫 여객기가 28일(현지 시각) 상업 비행을 시작했다. 개발에 착수한 지 약 15년 만이다.

중국산 중형 여객기도 이르면 올해 중 시험비행을 거쳐 취항할 예정이다. 국산 전투기 젠(殲) 시리즈에 이어 상업용 항공기까지 자국 기술로 제작하게 되면서 중국은 항공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참여로 미국과 유럽이 양분해온 민항기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28일(현지 시각) 중국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에서 사람들이 청두항공 소속 ARJ21-700의 착륙을 지켜보며 국기를 흔들고 있다. ARJ21-700은 중국이 자체 기술로 처음 제작한 중소형 여객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내항공사인 청두(成都)항공 소속의 중국산 여객기 ARJ21-700이 이날 쓰촨성(四川省) 청두를 이륙해 2시간 35분 만에 상하이(上海) 훙차오 공항에 착륙했다. ARJ21-700은 중국의 국영 여객기 제조사인 상용항공기책임유한공사(COMAC)가 독자 기술로 제작한 중소형 여객기다. 좌석수 90석에 비행 거리는 2225~3700㎞다. 청두항공은 오는 2018년까지 ARJ21 52대를 도입해 청두를 중심으로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을 연결하는 7개 국내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COMAC는 2000년대 초 ARJ21 개발에 착수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2008년 11월 상하이에서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고, 지난 2014년 말 중국민용항공국의 운항 허가를 받아 이날 드디어 첫 상업 비행의 꿈을 이뤘다. 이 회사는 프랑스 에어버스 320과 미국 보잉 737 등을 겨냥한 중형 여객기 C919도 개발해 올해 시험 비행을 앞두고 있다.

중국은 1970년대에 최초의 고유 민항기 Y-10을 만든 적이 있었다. 러시아에서 배운 구식 전투기 기술에 미국 보잉 707을 분해해 하나하나 베끼는 '리버스엔지니어링'을 접목한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끝내 상용화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중국의 여객기 독자 개발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세계 여객기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한 2000년대부터다. 국가 지도자들이 프랑스를 방문하는 길에 한 번에 에어버스 항공기 수십 대를 사들이는 파워를 과시하면서, 에어버스의 연구개발 센터와 조립공장 등을 하나둘씩 중국에 유치했다. 2005년엔 에어버스의 기술연구센터가 베이징에 들어왔고, 2007년에는 중국 업체들과 에어버스의 합작 부품공장이 중국 하얼빈과 다롄에 설립됐다. 이듬해에는 에어버스 A320 기종의 최종 조립라인이 중국 톈진에 문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 20여 개 대학과 200여 개 기업의 이공계 엘리트들이 ARJ21과 C919 개발을 주도했다.

중국 민항기 핵심 개발 주역들은 중국 정계의 지형도를 바꿀 정도로 잘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COMAC 초대 회장을 지낸 장칭웨이(張慶偉) 허베이(河北) 성장이다.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탄도미사일 '창정(長征)', 항공모함 킬러 '둥펑(東風)'을 만든 항천과기집단에서 20여 년을 근무한 항공우주 엔지니어인 그는 이후 허베이성 부서기를 거쳐 성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하지만 중국산 여객기가 당장 세계 여객기 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항공안전 승인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중국 항공안전 승인만으로는 아프리카와 일부 아시아 시장만 공략할 수 있다.

그런데도 보잉과 에어버스가 중국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중국의 막대한 내수 때문이다. 보잉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2034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여객기 시장이 된다. 앞으로 20년간 현재보다 3배가 많은 6020대의 여객기 수요가 있다. 금액으로는 8700억달러(약 985조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