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동 사이에 낀 터키의 비극… 1년새 테러 13차례

입력 2016.06.30 03:00 | 수정 2016.06.30 08:28

[오늘의 세상]

터키 공항 테러 41명 사망

- 뻥 뚫린 이용객 6000만명의 공항
괴한 3명, 택시 타고 공항 침입
검색대 통과 시도하며 총기 난사… 경찰에 총 맞고도 자폭 버튼 눌러
- 국제 테러단체의 표적 된 터키
유럽과 교류 활발한 이슬람국가… 反서방 노선 IS "배교자" 비난
'브렉시트' 뒤 汎유럽권 첫 테러

28일(현지 시각) 터키 자폭 테러 현장에서 폐쇄회로 TV(CCTV)에 찍힌 테러범의 모습.
28일(현지 시각) 터키 자폭 테러 현장에서 폐쇄회로 TV(CCTV)에 찍힌 테러범의 모습. /데일리메일
28일 밤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총격·자살 폭탄 테러는 5분 만에 41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40명의 부상자를 냈다. 현장 목격자 증언과 터키 보안 당국에 따르면, 괴한 3명은 이날 오후 9시 50분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이 중 1명은 공항 주차장, 나머지 2명은 국제선 터미널로 향했다. 건물로 들어간 이들은 9시 55분쯤 터미널 입구 X-레이 검문대를 뚫고 도착장 안으로 들어가려다 막히자, 숨겨둔 AK-47소총을 꺼내 무차별 공격을 개시했다. 남아공 관광객 폴 루스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도착장으로 막 나왔을 때 50m 정도 앞에서 복면은 하지 않았지만 온통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자기 앞을 지나가는 사람이면 가리지 않고 마구 총을 쐈다"며 "카운터 뒤에 숨었는데, 곧 총격 소리가 멈추고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공항의 폐쇄회로 TV(CCTV) 영상에는 도착장 인근에서 소총을 들고 돌아다니던 한 괴한이 경찰의 총격에 맞아 쓰러진 뒤 20초간 누운 채 몸을 꼬며 괴로워하다가 가슴 쪽의 뭔가를 누르면서 붉은 화염에 뒤덮이는 장면이 나온다. 터키 보안 당국 관계자는 "괴한 2명이 건물 내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가 자폭(自爆)했으며, 나머지 1명은 주차장에서 자폭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터미널에 들어간 2명은 입국장 입구에서 각각 검색대 통과를 시도하다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뒤 자폭했다. 아타튀르크 공항은 우리나라 공항과 달리 터미널로 들어가는 출입구에서부터 검색을 받도록 돼 있다.

상황 종료 시각은 오후 10시쯤이었다. 범인들이 소총을 꺼내 들어 자폭할 때까지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테러에 택시를 이용하는 등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 공항 테러와 흡사한 점이 많다. 보안 당국은 이들의 조직적인 움직임과 자폭 테러 수법 등에 비춰봤을 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테러 당시 에디 라미 알바니아 총리도 현장에 있었지만 모두 무사히 공항을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후 50분쯤이 지난 오후 10시 45분에는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핀수영선수권 대회에 참석했던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 14명과 임원 3명 등이 이 공항에 환승차 착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다음 날 오전 1시 20분 인천공항행 여객기로 갈아탈 예정이었지만, 보안 통제로 공항 청사에 들어가지 못해 일단 호텔로 이동했다. 테러 현장을 목격한 대표팀 관계자는 "터미널 인근 곳곳에 혈흔이 보였고, 유리 창문에는 총알 자국들이 선명했다"며 "많은 이슬람계 사람들이 바닥에 엎드려 기도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2015년 이후 터키 테러 발생지역·사망자
터키에선 최근 1년 사이 사망자가 발생한 테러가 13차례나 일어났다. 유럽과 중동 사이에 있다는 지정학적 특징으로 인해 국제 테러단체의 주요 타깃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터키 남부는 IS의 근거지인 락까와 가깝다.

테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터키를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타튀르크 공항은 한 해 이용객이 6000만명으로 영국 히스로공항, 프랑스 샤를 드골공항에 이어 유럽 3위(세계 11위)의 공항이다. 서방인들의 이용도 많다. 터키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으로 수년간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는 등 유럽과 경제·정치적 교류가 활발한 이슬람 국가라는 점에서도 IS의 반(反)서방 노선과 충돌한다. IS는 지난 27일 화해 협정을 맺는 등 유대 국가 이스라엘과 우호적으로 지내는 터키를 '배교자'라고 비난해왔다.

터키는 연초 3차례나 테러가 발생해 공항 경비 태세를 대폭 강화했으나 이번 '소프트 타깃' 테러를 막지 못했다. 소프트 타깃 테러는 관광지·카페·극장 등 민간인의 일상 공간을 표적으로 삼은 무차별 공격을 말한다. 이스라엘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소의 앨런 레프코비츠 연구원은 "미국 올랜도에서 게이 나이트클럽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일어난 지 보름여 만에 또 소프트 타깃 테러가 발생했다"며 "이런 테러가 계속된다면 세계인들의 일상이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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