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AIIB 부총재, 결국 사퇴수순 밟나...'설왕설래']

산업은행 회장을 지낸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지난주 6개월 휴직계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의 휴직은 국내에서 구조조정 책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AIIB는 중국 주도의 국제기구다. 우리 정부는 미국 반대를 무릅쓰고 적극 참여해 역내 경제 협력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홍 부총재는 예고 없이 휴직해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진리췬 총재가 지난 주말 AIIB의 첫 연차 총회에서 유일호 부총리에게 휴직 사실을 알려줬다니 그야말로 나라 망신이다.

이번 사태는 애초 그를 기용한 현 정권이 자초한 일이다. 홍 부총재는 박근혜 정권 인수위원 출신으로 산업은행 회장을 지낸 전형적인 실세(實勢) 낙하산이다. 대학교수 출신이라 기업금융에 전문성이 부족한 그가 산은 회장을 맡는 동안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은 미뤄졌다. 그 바람에 정부와 한은이 11조원의 구조조정 자금을 내놨고 조선·해운업은 위기에 몰려 있다.

그는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금융위에 모든 책임이 있다며 발뺌하기에 바빴다. 올 2월엔 산은 회장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AIIB 부총재로 옮겼다. 시급한 부실산업 구조조정을 내팽개치고 더 좋은 자리에 가려는 그를 정권 실세들은 제지하긴커녕 막후에서 밀어줬다고 한다. 감사원은 그가 대우조선의 부당한 성과급 지급을 묵인했던 사실을 금융위에 통보하지 않아 AIIB행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정권의 인사 행태나 홍 부총재의 사욕(私慾)이나 무책임하고 부도덕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사표를 내지 않고 휴직하는 바람에 우리 몫의 국제기구 부총재 자리마저 개점휴업 상태가 돼버렸다. 구조조정을 외면한 홍 부총재의 책임은 검찰 수사로 끝까지 가려내야 한다. 이참에 AIIB 부총재도 전문성 있는 인사로 즉각 교체하는 것이 더 이상의 국제 망신을 피하는 길이다. 이런 무능하고 무책임한 사람을 국제기구에 보내자고 추천한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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