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같은 얼굴? 이건 나만 가진 美"

조선일보
입력 2016.06.28 03:00

- 佛 행위예술가 생트 오를랑 회고전
성곡미술관에서 10월 2일까지
사회가 만든 미적 기준에 저항… 성형수술 받는 모습 퍼포먼스

엄숙한 수술실이 퍼포먼스 장(場)으로 뒤바뀌었다. 의사는 수술복 대신 유명 패션 브랜드 이세이미야케 옷을 입었다. 부분 마취를 한 환자가 성형수술을 받으며 책을 낭독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프랑스 행위예술 작가 생트 오를랑(69)은 1990~93년 9번에 걸쳐 이런 '성형수술 퍼포먼스'를 벌였다.

수술실을 작업실로, 자기 몸을 캔버스 삼아 50년 넘게 몸에 대한 질문을 던져온 그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서울 경희궁길 성곡미술관에서 10월 2일까지 열리는 회고전 '오를랑 테크노바디 1966~2016'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미술관에서 만난 오를랑은 머리 절반을 나눠 왼쪽은 흰색, 오른쪽은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있었다. 눈썹이 있어야 할 자리엔 반짝이 가루가 칠해진 혹이 있었다. "1993년 마지막 성형수술 퍼포먼스를 할 때 눈썹 자리에다 광대뼈에 넣는 실리콘을 넣었어요. 직접 보지 못하고 얘기만 들은 사람들은 괴물 같다고 하지만 이건 저만이 가진 미(美)예요.(웃음)"

중국 전통 가면극인‘변검’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베이징 오페라 가면’.
중국 전통 가면극인‘변검’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베이징 오페라 가면’. 3D 증강 현실을 더한 작품으로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사진을 촬영하면 가면을 쓴 오를랑이 사진에 등장한다. /성곡미술관
그는 1964년 바쁘게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리게 걷는 퍼포먼스인 '느리게 걷기'로 데뷔했다. 이후 1990년대 충격적 성형수술 퍼포먼스를 통해 입, 이마, 광대, 턱 등에 전통 회화에 등장하는 미녀 얼굴 일부를 자신의 얼굴에 넣었다. "아름다워지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어요. 여성의 신체가 사회의 미적 기준에 지배당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싶었어요. 성형수술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고요." '성형 공화국'이라는 한국에서 전시하는 소감이 궁금했다. "모두가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데 왜 남이 만든 기준을 따라가려고 개성을 잃어버리는지 안타깝네요."

오를랑은 수술 후 모습을 찍은 자신의 얼굴 사진에 아프리카, 마야, 아즈텍 등 다른 문명권의 얼굴을 합성하는 '자기 교배'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엔 자신의 피부 세포에 흑인, 포유동물의 세포를 교배해 배양한 결과를 영상으로 담았다. 그는 "인종과 성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종(種)을 만들어 차별 없는 세상을 그려봤다"고 했다.

"과학 기술은 미래로 가는데,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요. 사회적으로 정해진 규범을 깨뜨려야만 더 큰 세상으로 갈 수 있습니다. 여성들이 온전한 자기 모습을 찾고 당당하게 나가는 것, 그것이 제가 작업을 하는 이유입니다." (02)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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