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통장(수시입출식 통장)이 진화하고 있다.

주거래 계좌를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한 계좌이동제가 궤도에 오르자 은행들이 '집토끼' 고객을 묶어두고 '산토끼'를 유혹하기 위해 급여이체 통장의 금리를 올리고 각종 혜택도 늘리는 중이다.

목돈 머물 틈 없다고 A씨같이 아무 통장이나 쓰는 사람과 '최적의 통장'을 찾아 부지런히 갈아타 쏠쏠한 혜택을 챙기는 B씨는 재테크의 '출발점'부터 달라질 수 있다. 일부 수시입출식 통장 금리가 연 0.01%까지 내려간 초초저금리 시대를 우직하게 돌파하기 위한 재테크의 '베이스캠프', 급여이체 통장을 총정리했다.

[직장 새내기, 수수료 면제 월급통장은 필수… 스마트폰적금도 노려라 ]

금리 얹어주고 각종 혜택도 늘어나

SC제일은행의 '내지갑 통장'은 시중은행 급여통장 중에 금리가 가장 높다. 50만~200만원 구간에 한해 최고 연 3.1%를 준다. 200만원을 넘는 금액은 금리가 연 1.1%, 50만원 미만은 0.1%다. 매일 이자를 계산해 더해주기 때문에(지급은 한 달에 한 번) 잔액이 들쑥날쑥한 급여통장으로 쓰기 유용하다. 최고 금리를 받기 위한 조건이 느슨하진 않다. 매월 70만원 이상 급여를 입금하고 3건 이상 자동이체를 하거나 SC제일은행 신용·체크카드 실적이 30만원 이상이 되어야 하는 식이다. 다른 조건 없이 급여만 이체하면 최고 금리는 연 2.4%다. 거래 실적과 상관없이 통장 가입자 모두에게 모든 은행의 자동화기기 현금 인출 수수료를 무제한으로 면제해준다는 것도 이 통장의 강점이다.

농협은행의 'NH 주거래 우대 통장'은 매월 100만원까지 최고 연 2%의 이자를 준다. 매월 50만원 이상을 입금하고 농협 채움·BC카드를 한 달에 20만원 이상 쓰는 조건이다. 농협은행 자동화기기는 무제한으로, 다른 은행은 월 5회 현금 인출 수수료가 면제된다. 이 통장을 쓰고 'NH주거래 우대 적금'에 들면 연 0.6%포인트 금리를 더 주고, 'NH주거래우대 대출'을 받으면 0.6%포인트 대출 금리를 깎아주는 등 다른 금융 서비스를 추가로 쓸 계획이 있다면 유리하다.

KEB하나은행의 '힘내라 직장인 우대 통장'은 매월 50만원 이상 급여가 입금될 경우 연 1.0% 금리를 준다.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체와 KEB하나은행 자동화기기 출금 수수료가 무제한 면제되고, 다른 은행 출금 수수료는 한 달에 10번까지 안 받는다. 국민은행의 '직장인 우대 종합통장'은 이 통장에 가입하고 추가로 '국민수퍼정기예금'에 들 경우 연 0.5%의 금리를 준다. 3개월 평균 잔액 100만원 이상 등 몇몇 조건을 충족하면 모든 자동화기기 수수료가 면제된다.

[10년 단골 은행 바꿨더니 수수료 빼주고, 金利 얹어주네]

최고 연 3%… 저축은행 통장도 '쏠쏠'

급여통장 선택의 최우선 기준이 '높은 금리'라면 저축은행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저축은행 급여통장 중에도 꽤 높은 금리를 주는 곳들이 있다. 은행별로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가 된다. 은행별로 최고 금리를 주는 금액의 구간엔 차이가 있다.

웰컴저축은행의 '웰컴 플러스 보통예금'은 매달 50만원 이상 급여이체, 자동이체 2건 이상 등 조건을 충족하면 500만원 이하 잔액에 대해 최고 연 3% 금리를 준다. 500만원이 넘어가는 금액에 적용되는 금리도 연 1.5%로 낮지 않은 편이다.

OK저축은행과 HK저축은행의 급여통장은 자동이체 등 다른 조건을 충족할 필요가 없는 '간소함'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19세 이상 직장인이 가입할 수 있는 OK저축은행의 'OK직장인 통장'은 금리가 연 1.7%다. OK저축은행의 적금에 가입하면 적금에 0.3%포인트 우대 금리를 얹어준다. 자동화기기 수수료는 월 5회까지 면제다. HK저축은행의 '고수익 자유 예금'은 아무 조건 없이 월 0.8%의 금리를 준다. 인터넷 이체 수수료는 무제한 면제되고, 다른 은행 자동화기기 출금 수수료는 월 3회까지 안 받는다.

증권사는 체크카드 쓰면 금리 '선물'

급여통장 잔액이 워낙 '바닥'이라 이자엔 별 관심이 없고, 그 대신 적금·대출 금리 우대와 각종 수수료 면제 혜택을 챙기고 싶다면 기업·신한·우리은행의 급여통장(금리는 모두 연 0.1%)이 유리하다. 신한은행 '주거래 우대 통장'은 인터넷·모바일 이체 수수료, 신한은행 자동화기기 출금 수수료를 안 받고 다른 은행 자동화기기 수수료도 월 10회 면제해준다. 추가로 가입하는 적금 금리 0.5%포인트 우대 등 '주거래 고객' 혜택을 가족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우리은행의 '웰리치 주거래 통장'은 급여이체자에게 우리은행 및 다른 은행 자동화기기 출금 수수료를 각각 월 10회, 5회 면제해준다. 한 달에 이 횟수만큼 돈을 뽑지 않으면 다음 달로 면제 혜택이 이월된다. 기업은행의 '평생 한가족 통장'으로 급여를 받으면 자동화기기 출금 수수료가 면제되고 환전 수수료를 70% 깎아준다. 예·적금에 최고 0.3%포인트 금리를 얹어주기 때문에 종잣돈을 위한 예·적금 가입을 계획하고 있다면 괜찮은 선택이다.

증권사의 CMA 통장도 급여이체 통장으로 활용 가능하다. 기본 금리는 연 1% 정도인데, 최근 증권사들이 체크카드를 쓰거나 계열 카드사 신용카드를 쓰면 금리를 얹어주는 서비스를 많이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CMA R+ 체크카드'는 이 체크카드를 한 달에 50만원 넘게 쓸 경우 CMA 통장에 3.1%의 금리를 준다. 100만원 넘게 쓰면 연 4.3%,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함께 쓰면 금리가 연 6.9%로 가파르게 올라간다. 유안타증권은 '유안타 CMA+ 체크카드'를 월 10만~30만원 쓸 경우 체크카드 사용금액과 CMA 잔액 중에 적은 금액에 연 3%포인트 금리를 얹어준다. 최고 연 5% 정도의 높은 금리를 챙길 수 있지만 이 금리가 적용되는 금액이 적은 것이 한계다.

금융계 관계자는 "급여이체 통장을 잘 활용해 높은 금리와 다양한 혜택을 알뜰하게 챙기는 직장인과 연 0.1%만 받고 내버려두는 직장인의 재테크 '성적표'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유치 등 금융회사들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져 급여이체 통장의 혜택도 늘어나고 있으므로 자신의 자금 상황에 맞는 통장을 꼼꼼하게 잘 골라 '주거래 고객'으로서의 혜택을 최대한 챙기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아까우시죠? 은행수수료

'타행 자동화 기기 출금 수수료 6000원(5회),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2500원), 외화 송금 수수료 (2만5000원), 통장 재발급 수수료 3000원, 체크카드 사용내역 문자 알림 서비스 수수료(700원)'

회사원 박승현(40·서울 양천구)씨는 지난 달 훼손된 은행 통장을 재발급 받다 수수료 내역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지난 달 은행 수수료가 3만4000원에 달했던 것이다. 연간 수수료 내역을 따져보니 20만원이었다.

박씨가 이용하는 수시입출금통장의 금리는 연 1%. 평균 잔액이 500만원 정도라서 연 이자는 5만원에 불과하다. 이자의 곱절이 넘는 돈이 수수료로 빠져나가고 있던 것이다.

박씨는 "수수료만 아껴도 은행 금리의 2배에 달하는 돈을 아낄 수 있는 걸 몰랐다"며 "적은 금액이어서 피부로 와 닿지 않아 너무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 소비자가 수수료 누수를 막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금융거래 비용을 아낄 수 있는 4가지 비법을 정리해 봤다.

◆ 단골 은행부터 만들어라

은행 수수료를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거래 은행을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 은행들은 고객들의 거래 실적에 따라 기여도를 산출하고, 이를 기준으로 우수 고객을 선정해 수수료 면제 혜택을 준다.

◆ 금융 거래는 가급적 낮에… ATM보다 모바일·인터넷으로

전문가들은 수수료를 아끼려면 금융 거래를 영업시간 내에 처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다. 영업 시간을 넘겨 금융 거래를 하면 수수료를 더 내야 한다.

자행 자동화 기기 인출 수수료의 경우 영업 시간 중에는 대부분 무료지만, 영업 시간 종료 후에는 500~1000원을 내야 한다. 영업 시간 종료 후 타행의 자동화 기기를 이용하면 수수료는 2배로 뛴다.

영업 시간 중이라도 은행 창구보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은행들은 인터넷·모바일뱅킹을 이용한 자행 거래는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 수수료 혜택 많은 CMA도 인기… 주거래 은행 혜택 포기는 단점

증권사들이 발급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CMA통장은 증권사가 고객의 자산을 종합 관리해주는 계좌다. 증권사는 CMA통장에 매달 급여가 입금되면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해준다. 돈을 하루만 맡겨도 수익을 돌려준다.
다만 주거래 은행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단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급여 통장을 CMA통장으로 바꾸면 은행 주거래 고객 혜택이 사라진다"며 "주거래 은행에 대출이 있는 고객은 금리 혜택도 사라지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모바일로 해외 송금하면 최대 3만원 절약

은행 수수료 중 가장 부담되는 서비스가 해외 송금이다. 은행들은 해외 송금 시 5000원~3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전신료(은행 간 통신료) 명목으로 5000~8000원의 수수료도 따로 받는다.

모바일로 송금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깎아주는 경우가 많다. 해외 송금 1회 당 많게는 2만~3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