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정보 앱' 스마트폰 의무탑재하라는 정부

입력 2016.06.23 03:00

- 행자부, 8월 출시 갤럭시노트에 기본 앱으로 장착 요구
소비자들 선택과 무관하게 깔려… 행자부 "삭제 가능하도록 할 것"

- 정부 부처간에도 엇박자
미래부·방통위, 기본앱 축소 추진

정부가 3년 전 개발한 ‘정부 3.0’ 앱. 행정자치부는 정부의 홍보 자료만 전달하는 이 앱을 없애고, 행정서비스 사이트를 한데 모은 새 앱을 개발해 8월부터 운용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3년 전 개발한 ‘정부 3.0’ 앱. 행정자치부는 정부의 홍보 자료만 전달하는 이 앱을 없애고, 행정서비스 사이트를 한데 모은 새 앱을 개발해 8월부터 운용한다고 밝혔다.

행정자치부가 오는 8월 국내 출시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신제품에 행정 서비스 사이트를 모아놓은 '정부 3.0' 앱(응용 프로그램)을 선(先)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을 낳고 있다.

선탑재 앱은 스마트폰을 구입한 소비자의 선택과 상관없이 제조사나 통신업체가 새 스마트폰을 내놓을 때 미리 깔아놓는 앱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전화·메시지·인터넷 같은 기본 기능을 제공하는 앱, 삼성 갤럭시앱 스토어처럼 제조사와 통신업체가 서비스하는 앱들이다.

22일 행자부와 삼성전자에 따르면 정부는 삼성전자에 새로 출시할 스마트폰에 정부 3.0 앱을 선탑재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부 요청을 받고 선탑재 방안을 논의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3년 전 '정부 3.0'과 관련한 홍보 자료를 전달하는 앱을 출시했다. 하지만 기능이 단순하고 활용도가 떨어져 누적 다운로드 수가 5만 건(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에 불과했다. 행자부는 이에 행정 관련 서비스 사이트에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기능을 보강한 앱을 새로 개발해 갤럭시노트에 선탑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 앱을 스마트폰에 미리 깔도록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간섭'이나 '압력'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정부가 만든 앱을 스마트폰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경우는 어느 민주 국가에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더구나 행자부의 조치는 기존에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 방향과 거꾸로 가는 것이기도 하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폰 제조사나 통신업체들이 일부 앱을 선탑재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데다 스마트폰의 저장 공간을 불필요하게 차지해 소비자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앱 선탑재 행위를 일종의 끼워팔기로 본다는 뜻이다.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경영학)는 "스마트폰 앱 선탑재는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앱을 선택해 사용할 권리를 빼앗아가는 행위"라며 "일부 선탑재 앱의 경우 삭제가 불가능해 사용자들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행자부는 행정 서비스를 국민이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해명하고 있다. 행자부 황명석 창조정부기획과장은 "국민이 쉽게 활용하도록 기능 등을 향상시킨 새로운 앱을 개발해 정책 홍보 수준에 그쳤다는 말을 들은 기존 앱을 보완할 것"이라며 "선탑재가 되더라도 사용자들이 원하면 삭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행자부는 또 새로운 앱은 저장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웹앱(모바일 웹) 형식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정부 3.0

박근혜 정부가 정부 부처 등 공공 기관이 가진 공공 정보를 국민에게 개방·공유하고, 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정부 운영 패러다임이다. 정부는 '정부 3.0'이란 기치를 내걸고 현재 '행복 출산 원스톱 서비스' '통계로 찾은 살고 싶은 우리 집' '정부 3.0 편리한 연말정산' '운전면허 간소화 서비스' 등 200여개의 행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키워드 정보] 정부 3.0이 가지는 목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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