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에 대한 이행보고서를 제출 마감 시한인 6월 2일을 보름 넘긴 17일 현재까지 아직 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모든 유엔 회원국은 지난 3월 2일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안의 이행 상황과 앞으로 이행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6월 2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중국은 대북 제재의 키를 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데도 미적거리는 것이다.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러시아를 포함해 한국·일본·호주·캐나다 등 주요 32개국이 현재 이행보고서를 낸 상태다. 외교부 당국자는 "원칙적으로는 유엔 회원국(193개국)이 모두 제출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의 이행보고서가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의 북한 배려인가, 미국 견제인가
중국이 이행보고서 제출을 미루는 것과 관련, 외교가에선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개선 조짐을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이행보고서는 각국이 북한 제재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적는 문서"라며 "중국으로선 북한과 어렵게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미묘한 시기에 북한이 불편해할 보고서를 제출해 해빙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를 아직 내지 않은 데엔 북한에 대한 배려의 뜻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미국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위안화 환율과 통상 마찰, 남중국해 문제 등 여러 전선(戰線)에서 미국과 충돌하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분위기에 일방적으로 따라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중국은 대북 제재를 성실히 이행하되 미국 페이스엔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를 위해 전략·전술적 차원에서 북한 카드를 활용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외교 당국 "행정적 이유일 것"
하지만 외교 당국은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중국이 조만간 보고서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리수용의 방중에 대해 "북측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재확인하고 자신들의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는 바람에 중국 측으로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방문이었다"고 했다. 중국이 북한을 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윤 장관은 '대북 제재를 놓고 미·중이 갈등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북핵 문제는 미·중 간에 가장 공감대가 잘 형성된 분야"라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제재 결의 2270호 채택으로 가장 할 일이 많아진 나라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라며 "이행보고서 작성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을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 제출 지연은 행정적·기술적 이유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과거에도 중국은 마감 시한을 넘겨 제출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 실적이 아직 보고서에 담을 만큼 쌓이지 않았다는 현실적 이유도 거론하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항공모함 같은 나라라 어떤 입장을 정해 실행에 옮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중국 입장에서 제재 결의 2270호 채택 100일을 넘긴 현 시점은 제재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