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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등친 공시생의 '2만 원 배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인터넷 펜팔 사이트에서 알게 된 일본인 여성을 한국으로 초대한 뒤 돈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공무원 시험 준비생 안모(2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습니다.

    입력 : 2016.06.17 16:07 | 수정 : 2016.06.20 09:50

    '한류'라는 국제적 히트 상품은 사실 드라마 '겨울연가'때부터 시작된 '일본 여성 팬'의 든든한 지지가 바탕이 됐는데요,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라는 안 모씨는 왜, 어떻게 일본인 여성의 돈을 훔쳐 나라망신을 시킨 걸까요?

    k-pop콘서트에 참여한 일본 팬들./김용국 기자 *본 사건과 관련없는 이미지 입니다.

    만남


    일단 두 사람의 만남은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안 씨는 2개월 전, 인터넷 펜팔사이트 '하이펜팔'에서 일본인 A씨를 만납니다. 그녀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고, 한국드라마와 음악을 좋아해 두 달에 한 번 꼴로 한국을 찾는 '한국 팬'입니다.

    안씨는 이 사이트에서 가명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일본인 A씨에게 이런 편지를 보냅니다. 
    "나는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공무원 시험 준비중인 26세 남자다. 한국으로 오면 잘해주겠다. 한국 여행 가이드도 내가 다 해주겠다.
     "내가 강남에 살고 있으니 호텔을 강남 쪽에 잡아요.”
    사실 안씨의 말은 반은 거짓말이고, 반쯤은 참입니다.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전북의 한 대학을 졸업한 28세 안씨는 9급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입니다. 그러나 실제 거주지는 강남이 아닌 충남 서산.

    "가이드 해줄게요"


    남자의 말을 듣고  A씨는 한국 여행 4박 5일간의 숙소를 강남 서초동의 한 레지던스 호텔(하루 숙박료 8만~10만원)을 예약합니다. 그리고 지난 10일 안 씨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입국합니다.
    한국에서의 첫 날, 안씨는 실제로 A씨를 데리고 서울 명동과 강남을 관광합니다. 관광을 마친 뒤 호텔에 투숙한 두 사람. 

    그런데 다음날 아침 8시쯤 눈을 뜬 A씨는 깜짝 놀랍니다.

    그도 사라지고, 돈도 사라졌다


    가방에 들어있던 현금 30만 원과 8,000엔(약 8만원)이 사라진 겁니다. 지갑에는 현금 2만 원만 남아있었습니다. 물론 안 씨는 연락두절 상태.
    한국인 지인에게 연락해 그와 함께 11일 저녁 7시 30분쯤 서초3 파출소에 신고를 접수합니다.

    "난 떳떳해요"라던 그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 지인 휴대폰으로 안 씨에게 연락을 합니다. 안씨는 자신은 돈을 훔쳐가지 않았다고 부인합니다. 지인이 이렇게 문자를 보냅니다. 

    "A씨가 얼굴만 한 번 더 보고 싶어하니 만나 주세요"
    "떳떳하다면 얼굴보고 얘기하세요"
    만나지 않겠다는 안 씨를 설득해 결국 13일 오후 서초구 서초동의 한 카페로 불러냅니다.

    그러나 안 씨가 약속 장소에서 만난 것은 A씨가 아닌 경찰이었습니다. 경찰을 마주한 안 씨는 처음에는 범행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이 남의 돈에 손을 대겠습니까?”
    하지만 결국 범행을 자백하고 현장에서 체포됩니다.

    2만 원을 남겨줬던 것은


    "상대가 일본인이라 카톡을 탈퇴하고 휴대폰을 받지 않으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본국으로 돌아가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죠. 그래도 A씨가 공항으로 가려면 버스비가 필요할 것 같아 2만원은 남겨놨어요."



    14일 오후, 서초3 파출소에 일본 과자를 양손에 가득 든 일본인 여성이 찾아옵니다. 피해자 A씨였습니다.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일본으로 돌아갔다면 한국에 대해 가졌던 좋은 인상이 다 날아갈 뻔 했어요. 불안해하던 저를 친 언니, 친 오빠처럼 편하게 다독여주신 경찰관님 감사합니다."

    A씨에게 이번 한국 여행은 어떤 의미로든 잊지못할 그것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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