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는 왜, 어떻게 네이티브 광고의 강자가 됐을까

    입력 : 2016.06.15 14:57

    세바스찬 토미치 뉴욕타임스 광고 혁신 담당 선임 부사장(오른쪽 서있는 사람)이 지난 달 런던에서 열린 INMA 세계 총회에서 '광고 혁신과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네이티브 애드’(Native Ad)는 수익 모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언론 매체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른 광고 방식이다. ‘네이티브 애드’는 쉽게 말해 광고 같지 않은 광고이다. 텍스트, 카드뉴스, 동영상, 데이터, 또는 이 모든 것을 복합적으로 담은 ‘멀티 미디어’ 형태 등 유형도 다양하다.

    매체와 광고주들로선 ‘애드 블로킹’(광고 차단) 걱정없이 소비자들에게 광고를 전달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각종 조사를 보면 소비자들도 네이티브 애드에 대해선 “별 거부감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해 5월 “2013년 47억 달러였던 미국의 네이티브 광고 규모가 2018년에는 210억 달러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네이티브 애드’에서 선두 주자로 떠오른 언론 매체들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권위지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NYT)이다. NYT가 첫 네이티브 광고를 낸 것은 2014년 1월이었다. 컴퓨터회사 델의 의뢰로 만든 ‘밀레니얼 세대는 앞으로도 계속 사무실을 멀리할까?’ 제목의 콘텐츠였다.

    이 광고는 “새로운 게 별로 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당시 아서 슐츠버거 NYT 회장 겸 발행인은 사원들에게 “이번 광고는 비교적 새롭지만 논란의 소지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디지털분야의 수익을 늘려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낮은 자세’의 편지를 보냈다. 미국 미디어 전문매체 ‘디지데이(Digiday)’가 슐츠버거의 이 서한은 “새로운 상품의 출시 발표가 아니라 마치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난 뒤 내는) 사과문 같았다”고 평할 정도였다.

    시작은 이처럼 초라했지만 NYT의 네이티브 광고 도전은 불과 6개월만에 반전(反轉)을 이뤄낸다. 온라인 영상플랫폼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홍보하기 위한 네이티브 광고가 ‘문제작’이다. 이 콘텐츠는 NYT가 네이티브광고를 기획·제작하기 위해 별도로 띄운 조직 ‘T 브랜드 스튜디오’의 첫 작품이었다.

    여기에는 비디오, 오디오, 인포그래픽, 기사 텍스트 등이 모두 담겼다. 언론계와 광고업계에서 일제히 “NYT 종이신문의 고품질·고품격 기사에 견줄 만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콜 한(Cole Haan),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쉘(Shell) 같은 유수의 기업들이 너도나도 “우리도 ‘오렌지’ 같은 네이티브 광고를 만들어달라”고 NYT 앞에 줄을 섰다.

    NYT ‘T 브랜드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세바스찬 토미치(Sebastian Tomich) NYT 광고·혁신 담당 선임 부사장이다. 토미치 부사장이 지난 달 런던에서 열린 INMA(국제뉴스미디어협회) 세계 총회에서 ‘T브랜드 스튜디오의 성공 전략에 대해 강연했다. 기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병호) 지원을 받아 이 행사에 참가해 토미치의 발표를 들었다.

    토미치 부사장은 먼저 “과거 언론에게는 광고주가 광고를 다 만들어 오면 지면에 실어주고 돈만 받으면 되는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언론이 광고주들을 모셔와야 한다. 심지어 ‘우리는 이런 광고를 이렇게 만들 수 있다’며 영업·기획·제작 담당자들이 광고주에게 프리젠테이션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광고주들은 ‘전에 했던 거랑은 다른 걸 해 보고 싶다’ ‘우리끼리만 해 볼 수 있는 새로운 것을 해 보고 싶다’ ‘NBC나 CBS방송 프라임타임대 정도 도달했으면 좋겠다’ 등등 요구사항은 끝이 없다”고도 했다.

    토미치 부사장은 “결국 광고주들의 이런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T브랜드 스튜디오를 출범시킨 것”이라고 했다. “전략·기획·유통 이 세 키워드를 갖고 광고를 하는 프로세스가 프로그램처럼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토미치 NYT 광고 혁신 담당 선임 부사장이 T브랜드 스튜디오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T브랜드 스튜디오의 실적에 대해 “2014년 출범때는 5곳이었던 광고주가 지금은 100곳으로 늘었고 모두 140건의 프로젝트를 했으며 조직원도 100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했다. 그가 소개한 대표적 파트너 기업은 GE와 필립스였다. NYT는 GE와 “2년 동안이나 광고 콘셉트를 만들어” 과학이 우리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CG(컴퓨터 그래픽) 360도 VR 네이티브 광고를 만들어 공개했다. 필립스는 “단일 기업으로는 NYT의 최대 파트너로 올해만 9개 (네이티브 광고) 작품을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토미치 부사장은 네이티브 광고 중에서도 “브랜디드 콘텐츠 매출은 매년 2배 이상 성장할 것이고 올해도 지난 해에 비해 2배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네이티브 광고의 한 형태로 기업 로고를 앞세워 기사 텍스트, 그래픽, 영상, 오디오 등을 동원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는 “네이티브 광고 경쟁은 매우 치열하고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언론 매체들이 자체 제작 스튜디오를 만든다는 얘기가 매일 들리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별도 스튜디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통했지만 지금은 너도나도 스튜디오가 있어서 그것 갖고는 안 된다”는 것이다.

    토미치 부사장은 “언론사가 광고를 직접 제작·배포하면 편집권 독립과 충돌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라벨링(스폰서 표기)과 명확성이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네이티브 광고에) 스폰서 후원 사실을 표시하고 있다. 또 T브랜드 스튜디오가 광고를 기획할 때 편집 파트(뉴스룸)에 (이 광고를 받을지 말지) 의견을 묻거나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광고 파트와 편집국 사이의 긴장 관계는 이미 넘어섰다”는 주장이었다.

    토미치 부사장은 “광고주의 요구가 어느 정도로 까다롭느냐”는 질문에는 “콘텐츠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디까지 스크롤했는지, 공유·파급 성과는 얼마나 되는지 한꺼번에 보여주는 클라이언트 전용 대시보드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편집 파트에서 광고 쪽으로 오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신문 기자의 취재 예산이 5,000달러 정도면, (광고) 크리에이티브 쪽은 10만불이다. 팀원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도 엄청 많다. VR(가상현실) 가지고 편집 쪽에서 대충 해 보자 이런 게 아니고 엄청난 걸 만든다”고 자신의 팀을 자랑했다.

    토미치 부사장의 강연 결론은 “언론사에겐 이제 디지털 전환에 올인하거나 올인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 즉 올인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이었다. “과거를 추억하며 미래의 성공을 가로막으면 안 된다. 이제 페이스북과 구글 외에 독점적 지위란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뉴욕타임스의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역량을 가지고 승부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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