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은 서해를 끼고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한국만의 골칫거리가 아니다. 경제성장에 따라 중국의 생선 소비가 급증하면서, 지구촌 바다 곳곳이 중국 선단의 불법 어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의 불법 어로는 동북아와 동남아 너머 러시아 근해와 중동, 아프리카와 남미 해역까지 뻗치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아르헨티나 남부 마드린항 근처 해역에서 중국 선적 '루옌위안위(魯煙遠漁) 10호'가 현지 해경 경비정의 사격을 받고 침몰했다.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불법 어로 혐의를 잡은 아르헨 해경이 정선을 명령했지만 해당 어선은 공해로 도주했고 추격하는 경비정을 들이받으려 하기도 했다. 아르헨 해경은 사격을 가해 저항을 제압했고, 이 과정에서 배가 침몰했다. 중국 선원들은 모두 구조됐다. 중국 어선들은 오징어와 대구, 민어가 많은 이 해역에서 규정 이상으로 밝은 집어등(集魚燈)을 사용해 오징어 등을 싹쓸이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불법 어로로 인한 세계 각자의 마찰 사례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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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는 '화리 8호'라는 중국 어선이 랍스터와 게 산지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산호르헤만(Gulf of San Jorge)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가 해경 경비정과 헬기의 추적을 뚫고 달아난 적이 있었다. 아르헨 정부는 이 배를 즉시 인터폴을 통해 수배했고, 지난 4월 인도네시아 해군이 자국 해역에서 조업하던 이 배를 발견해 나포했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경은 불법 조업과 배타적경제수역 무단 침입 혐의로 중국 어선 세 척을 억류하고 선원 100여 명을 체포했다. 배 안에서는 오징어 600t이 발견됐다. BBC에 따르면, 1985년 10여 척에 불과했던 아프리카 해역의 중국 선단은 최근 500척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아프리카 24개 나라가 공동으로 "중국은 불법 조업을 그만하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일본과 한국, 동남아 국가들과 이란 등 아시아권 국가들도 끊임없이 출몰하는 중국의 불법 선단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중국 어선들은 바다 바닥까지 훑는 저인망, 불법 집어등 등을 이용해 바다 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 연근해는 어족 자원이 1950년대의 30% 이하로 급감했는데, 이 같은 남획이 전 세계 바다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동남아 각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는 중국 어민들이 거북과 자이언트 클램(거대 조개) 같은 멸종 위기종을 잡느라 산호초를 망가뜨리고 있다. 2014년 5월에는 바다거북 500마리를 싣고 가던 중국 선박이 필리핀 경찰에 적발됐고, 지난 3월에는 산호 1만5000㎏, 거대 조개와 갑각류 400㎏, 바다거북 3마리를 불법 포획한 중국 어민 41명이 대만 해경에 붙잡혔다.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가 근절되지 않자 일부 국가는 군을 동원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인도네시아는 남중국해 인근 나투나 제도에 F-16 전투기 5대를 배치하겠다고 예고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베트남도 지난해 초 불법 조업 등을 단속하는 수산자원감시대 소속 선박에 기관총·고사총 등을 탑재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줄어들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약 1400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식량 안보라는 측면에서 중국이 국가적으로 원양 어업을 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중국 원양어업의 전진기지인 하이난(海南) 탄먼(潭門)을 찾아 "더 큰 배를 만들고 더 멀리 진출해서 더 큰 고기를 잡아 오라"고 독려했다. 유럽 의회에 따르면, 중국의 원양 선단은 2000척 규모로 세계 최대다.

중국은 2012년 세계 최대 생선 소비국이 됐다. 중국은 전 세계 생선 생산의 35%, 소비의 30%를 차지한다(2013년 기준). 지구촌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 3마리 중 1마리가 중국 밥상에 오르는 셈이다. 1990년 1인당 10㎏이었던 중국인들의 생선 소비량은 2010년 33㎏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