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대학생끼리 카톡방 만들어 특정 여학생 비하…법원 "모욕죄 성립"

입력 2016.06.10 16:33 | 수정 2016.07.25 12:24

/조선DB
2013년 S대학에 입학한 A씨는 같은 학과 남학생 10여명과 함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A씨를 비롯한 일부 학생들은 남자로만 구성된 채팅방에서 같은 과 여학생 3명을 성적 농담 대상으로 삼거나 이들의 외모를 비하하는 말을 했다. 2013년 5월 한 남학생이 피해 여학생들과 술을 마시다가 휴대전화기를 둔 채 잠시 자리를 비우자, 한 여학생이 남학생 휴대전화기를 집어들었다. 그는 ‘내보내기’ 기능을 이용해 남학생 휴대전화기에 저장된 단체 채팅방 대화 내용 모두를 자신의 이메일로 보냈다.

채팅방 대화 내용이 학생들 사이에 알려지자 논란이 됐다. 남학생 4명은 자퇴했고, 5명은 휴학하고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A씨는 학군단까지 다니며 학교생활을 계속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작년 여름 채팅방 내용이 학과 교수들에게 알려지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피해 여학생들은 교수들에게 A씨를 비롯한 남학생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작년 7월 교수들과 가해자, 피해자가 모여 회의를 했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졸업하는 2017년 2학기까지 A씨 등 남학생 4명이 휴학하고, 장학금·기숙사 제공 등 혜택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학군단 훈련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휴학을 거절했지만, A씨를 제외한 남학생 3명은 이를 받아들였다. 학교는 작년 11월 A씨에게 무기정학처분을 내렸고, A씨는 “남학생들만의 제한된 공간에서 대화했고, 피해자들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다. 피해자들도 옆에서 이를 목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김용철)는 “A씨 등 남학생들의 행동은 모욕죄가 될 수 있다”며 A씨 패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채팅방이 남학생만으로 구성됐다고 하더라도 성적 농담을 하는 남학생들 의견에 침묵하거나 동조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어 언제든 외부로 유출될 위험성이 있었다”며 “실제 일부 남학생들에 의해 채팅방 내용이 외부로 알려진 것으로 보여, 내밀한 대화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씨 등 가해 남학생들이 채팅방에서 한 표현은 피해자들의 인격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전파 가능성 등을 볼 때 형법상 모욕죄가 될 수 있다”며 “실제 피해자들이 이 사건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한 학생은 신경성 폭식증으로 치료받기도 했다”도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A씨는 무기정학으로 학군단 포기 등 불이익이 매우 크다고 주장하지만, A씨가 징계 처분 전후로 보여준 태도를 보면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A씨 태도에 따라 징계가 감면될 여지가 있는 점 등을 볼 때 무기정학 처분이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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