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가구 평균 시청률 19.6%를 기록한 '응답하라 1988', 13.4%를 달성한 '시그널', 11.9%에 달한 '응답하라 1994', 최고 시청률 10.6%를 찍으며 순항 중인 '또! 오해영'…. 이 TV 드라마들 공통점은 모두 tvN에서 방영됐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평균 시청률 8.4%의 '미생', 7.9%의 '오 나의 귀신님' 등 최근 3~4년 새 화제가 된 드라마가 대거 tvN에 포진해 있다. 지상파가 아닌 채널의 경우 시청률 3%를 넘기면 성공작으로 친다. 올해 불과 개국 10주년에 지상파보다 좁은 시청자층, 톱스타를 기용하는 경우도 드물고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은 덕이죠." TV 평론가 정석희씨의 말이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젊은이들의 연애→부모의 반대→결혼식으로 이어지는 구태의연한 스토리를 수십 년간 우려먹는 동안 tvN은 지상파가 손대지 않은 '틈새시장'을 노렸다. 대표적인 것이 2013년 방영된 '나인'이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1.4%에 그쳤지만 "'미드'형 드라마가 한국에서도 나왔다"는 호평을 얻으며 한국형 장르 드라마의 시발을 알렸다.

스토리의 전형성에 구애받지 않자 소재의 폭이 넓어졌다. 시공을 넘나드는 범죄 추리물 '시그널',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미생'은 tvN의 효자 상품으로, 지상파에서 거절당한 뒤 tvN의 선택을 받았다. 경력 18년의 드라마 작가 A씨는 "지상파 연속극 책임자들은 복수와 신분 상승 같은 거대한 서사를 중시한다. 캐릭터나 에피소드별로 잔잔하게 가는 대본은 승률이 낮다고 생각해 무조건 '깐다'"면서 "그런데 '응답' 시리즈 같은 tvN 드라마는 그런 서사 없이 자잘한 에피소드와 디테일을 챙겨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지상파는 시청률과 함께 배우들과의 인간관계까지 고려하다 보니 젊은 PD와 '윗선' 간의 갈등이 많다. tvN은 신생 매체라 그런 면에서 몸이 가벼웠던 것 같다"면서 "경영진의 격려와 제작진의 파이팅이 시너지를 낸 결과"라고 말했다.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의 한 장면.

장르 간 이종교배(異種交配)를 두려워하지 않은 제작 방식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한 예로 '응답' 시리즈의 책임 집필자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PD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출신이다. 예능 프로그램 특유의 효과음, 개그 코드 등을 드라마에 삽입한 것이 흥행에 성공했다. 신종수 tvN 콘텐츠편성전략팀장은 "지상파는 카메라 감독부터 모든 스태프가 한 회사에 소속돼 같이 작업하는 구조다. 그런데 우리는 연출자가 본인의 개성에 맞게 자유롭게 스태프를 구성한다"고 했다. 영화 같은 화면으로 화제가 된 '미생'은 영화 쪽 인력을 적극 투입한 결과물이다.

타깃 시청자층도 다르다. 신종수 팀장은 "지상파가 중장년·노인층까지 다 볼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는 반면 우리는 20~40대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에 집중한다"고 했다. 장르물의 과감한 시도, 재벌에 목매는 가난한 여주인공의 배제 등은 20~40대와 공감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매회가 한 에피소드로 완결되는 구성을 취한 것도 젊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지상파와 달리 '몰아 보기' 편성 전략을 구사해 본방송을 볼 여유가 없는 젊은이들에게 소구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공희정씨는 "출범 초기만 해도 배우나 작가들이 tvN에서 작품에 참여하는 걸 전락(轉落)으로 여길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tvN 출연해 봤어?'가 방송가 유행어가 됐다"고 말했다. 스타 작가 노희경이 집필하고 고현정, 김혜자, 나문희, 고두심, 박원숙, 윤여정 등 톱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 중인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그런 tvN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