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리베이트 의혹' 송구...당헌당규 따라 원칙적 조치"]
중앙선관위원회가 국민의당 비례대표인 박선숙(재선)·김수민(초선) 의원 등을 지난 4·13 총선 때 선거홍보업체 두 곳으로부터 2억382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고발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국민의당으로부터 20억원대의 홍보 일감을 수주한 해당 업체들은 리베이트를 요구받자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홍보회사와 허위 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2억원 넘게 제공했으며, 당시 사무총장으로 당 재정을 총괄하던 박 의원은 사전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한 혐의가 있다고 한다.
선관위 고발 내용에 따르면 박 의원 등은 문제의 2억3820만원에 대해 허위로 작성한 회계보고서를 선관위에 제출해 국고(國庫)에서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려고까지 했다고 한다. 사실로 확인되면 용납 못 할 파렴치로, 과거 통진당의 이석기 전 의원 비리와 비슷한 내용이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 7번'을 받아 20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 됐다. 디자인 벤처기업을 창업한 것 외에 이렇다 할 경력은 없었으나 총선 선대위 홍보위원장까지 맡아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비례대표 공천을 주도한 사람이 박 의원이었다. '비례대표 공천 비리'라는 의심도 든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깨끗한 정치를 강조해 왔다. 국민의당 창당을 앞두고 비리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을 영입했다가 곧바로 취소하기도 했다. 창당 때는 "부패에 단호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당헌에는 부정부패로 기소된 인사는 당원권을 정지한다는 규정을 넣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당 소속 공직자가 부패에 연루된 정당은 재·보선 참가를 못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약진한 것엔 이런 약속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안 대표가 최소한 닳고 닳은 구(舊)정치인과는 다를 것이란 생각이 유권자들 사이에 어느 정도 퍼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안 대표는 이 사건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다. 검찰의 조사를 예의주시하겠다"고만 했다. 낡은 정치가 해오던 뻔한 반응 그대로다.
지금 국민의당에서는 "선관위가 무리하게 조사를 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러다 단골로 나오는 '야당 탄압론'도 등장할지 모른다. 부정 비리가 남 얘기가 아니라 자기 문제가 되자 그렇게 내세우던 '새 정치'가 아니라 구태 정치를 판박이로 하려 하고 있다.
안 대표가 결단하면 당내 문제를 스스로 파헤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당장 안 대표가 직접 나서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길게 보면 새 정치를 내세워온 안 대표의 존재 이유와 정치생명이 이 문제에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