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힐러리 클린턴

    입력 : 2016.06.09 03:00

    힐러리 클린턴이 몇 년 전 국무장관 시절 이화여대에서 강연했다. 주제는 한·미 관계였지만 학생들은 젊은 시절 '워킹맘'의 속사정을 물어봤다. 힐러리는 "우는 아기 안고서 '너도 아기 처음 해보고 나도 엄마 처음 해보니까 우리 잘해 보자'며 달랬다"고 했다. 임신했을 때 남자 변호사들에게 무시당한 일도 털어놓았다. 솔직한 이야기에 학생들은 열광했다. 힐러리도 "내가 인생 상담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미국 정치에서 힐러리는 이대 강연처럼 따뜻한 이미지가 아니다. "정치에서 의리 빼면 뭐가 남느냐"며 내 편 네 편 가르기로 유명하다. 그는 남편과 함께 공들여 인맥과 영향력을 키워 왔다.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그 인맥은 소용이 없었다. 평생 동지라고 믿었던 당원과 정치인들이 등을 돌리고 정치 신인 오바마에게 가버렸다. 경선 후 클린턴 캠프는 '살생부'를 만들었다. 1등급은 열심히 도와준 의원들, 7등급은 배신자들이었다. 이 살생부는 훗날 조직을 다시 세울 때 기준이 됐다.

    [만물상] 힐러리 클린턴
    ▶힐러리는 사무실과 집에 처박힌 채 측근과 전문가들을 만나 경선 패인(敗因)을 분석했다. 되돌아보니 사람 잘못 쓴 것도, 캠프 운영 잘못한 것도 자기 책임이었다. '슬프지만 계속 나아가자'는 결론을 내리고 정적(政敵)이었던 오바마의 국무장관 권유를 받아들였다. 일하는 스타일은 '자기 혹사'에 가까웠다. 상원 의원, 국무장관 때도 지독한 근면·성실로 승부했다. 그러다 보니 '능력과 열정은 있지만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힐러리 참모들은 호감도를 높일 방법을 고심한다. 2008년에도 '일중독자' '정치적 계산에 강하다' '믿을 수 없다'는 인상이 문제였다. 참모들은 유머 감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힐러리는 "제 머리카락은 진짜랍니다. (염색해서 원래) 색깔은 아니지만" 식으로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유머를 시도했다. 하지만 어색했다. 힐러리는 손녀를 안고 '할머니' 분위기를 내는 것으로 그나마 인간미를 풍겨 보려 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그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에 필요한 과반수 대의원을 확보했다. 미국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다. 변호사, 퍼스트레이디, 상원 의원, 국무장관까지 일급 경력을 갖췄다. 하지만 그 강점이 오히려 약점이다. 아무리 숱한 '유리 천장'을 깼다 해도 내내 기득권 속에 머물렀다. 힐러리의 자서전 제목이 '살아 있는 역사'다. 첫 여성 대통령이 되면 한 번 더 역사를 쓰게 된다. 그러려면 오바마와 샌더스에게 열광했던 젊은 층 마음을 얻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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