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돋보기] 누가 '강남맘'에 돌 던지랴

    입력 : 2016.06.09 03:00

    김윤덕 문화부 차장
    김윤덕 문화부 차장
    주말 섹션 Why?에 실린 '강남맘 분류법'이 화제였다. 테헤란로 기준으로 남북(南北)을 나눠 '물려줄 재산이 많은' 테북맘, '물려줄 것 없어 자식을 공부로 출세시켜야 하는' 테남맘으로 세분한단다. 반포-판교 라인과 도산대로 라인으로 강남맘을 분류한다는 얘기도 들어봤다. 도산맘은 정통 명품을 선호하고, 반포맘은 컨템퍼러리 신생 브랜드를 즐긴단다. '돼지엄마'라는 비아냥처럼 모두 강남 지역 엄마들을 희화하는 우스갯말이다.

    한데 조선일보 프리미엄 라이프 섹션 'the table'을 제작하느라 만난 강남 엄마들은 세간의 편견과 사뭇 달랐다. 오전 11시면 브런치 카페에 모여 학원 정보 교환한다는 얘기부터 사실이 아니었다. 한가하게 '노닥거릴' 시간이 그들에겐 없다. 노벨 경제학자도 못 푼다는 대한민국 입시 전형을 이해하기 위해 각종 설명회를 뛰어다니고, 제 아이 성향에 맞는 학원 발굴하느라 집에 붙어 있을 새가 없다. 신문을 끼고 사니 교육계 돌아가는 '판'도 훤히 꿴다. "영어에 이어 수학도 곧 절대평가 할 것"이란 전망까지 입시 전문가가 따로 없다.

    그들은 "공부는 애가 하기 나름"이란 말을 믿지 않는다. 교과 공부는 물론 독서, 동아리, 자원봉사까지 골고루 잘해야 대학 가는 이른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시대다. 코넬대 박사지만 두 아이 교육 위해 집으로 돌아온 A씨 말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한 문제만 틀려도 1~2등급이 왔다 갔다 하는데 공부량은 무한대로 많고 시간은 부족해요. 좋은 강사 만나면 혼자서 10시간 할 공부를 2시간으로 줄여주니 그런 학원 찾느라 엄마들이 발품을 팝니다." 학종은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도 했다. "내신, 수능, 비교과 활동 셋 다 잘해야 대학 가니까요. 이젠 코딩도 배워야 해요. 엄마가 넋 놓고 있으면 죽도 밥도 되지 않는 게 이 나라 교육입니다."

    교육계는 학종이 공교육에 활기를 불어넣는다고 하지만, 엄마들은 냉소적이다. 중간고사가 중간고시(考試) 될 만큼 시험 날 위경련 일으키는 아이가 속출하고, 문제 하나라도 더 맞혀야 내신 등급 올라가니 학교 앞엔 맞춤형 내신 코디 학원들이 성업 중이다. 강남맘들은 "학종 덕에 높아진 건 생활기록부 작성하는 교사의 권한일 뿐"이라 단언한다. "상·벌점 날아오는 횟수만 잦아졌지" 교육의 질(質)도 함께 높아졌는지는 의문이란 얘기다.

    이들의 날 선 발언은 정확히 공교육을 겨냥한다. 우리 애 다니는 학교엔 속칭 학원가 '1타 강사'를 뛰어넘는 지식과 열정을 갖춘 교사들이 있는가. AI(인공지능) 시대에 하등 필요 없는 구닥다리 교과목을 배우고 있는 건 아닌가. 교육 당국은 '수포자'도 책상 앞에 앉힐 만한 교수법과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는가.

    아이는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는다. 비싼 학원 다니고, 똑똑한 엄마가 발로 뛰어야 대학 갈 수 있는 불평등 구조를 깨고 공교육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

    [키워드 정보] 인공지능(AI)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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