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 확장공사를 하면서 우리가 파낸 토사량이 5억t이 넘습니다. 니카라과운하는 그 10배나 되는 50억t을 파내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지난 1일 파나마 운하청 집무실에서 만난 마누엘 베즈테스 부청장은 중국 기업이 추진 중인 니카라과운하에 대해 "기술적으로는 되겠지만 경제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니카라과운하는 니카라과 정부와 중국계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이 파나마운하의 대안으로 추진해온 프로젝트로, 지난 2014년 12월 22일 착공식을 가졌다. 니카라과 운하는 미국 쪽에 가까워 북미 동부 해안에서 태평양 쪽으로 빠져나가는 거리가 파나마운하에 비해 800㎞ 이상 짧아지는 효과가 있다. 반면, 운하 길이가 파나마운하보다 세 배 이상 길고 화산 지대를 통과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 건설 비용도 500억달러로 파나마 신운하 건설 비용의 10배에 가깝다.
중국은 지난 2013년 HKND가 운하 건설·사업권을 확보한 이후 니카라과운하에 공을 들여왔다.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에 대한 교역과 투자가 확대되면서 미국의 영향력이 강한 파나마운하 대신 독자적인 해운망 구축에 나선 것이다. 중국의 남미 투자액은 1000억달러나 되고, 한 해 교역 규모는 2700억달러 전후에 이른다. 이 때문에 니카라과운하 건설은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비쳤다.
미국은 1999년 말 파나마 운하를 파나마 정부에 돌려줬지만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전시(戰時)를 비롯한 비상사태 때는 미군이 운하 운영을 주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나마 콜론항에서 항만 터미널을 운영하는 미국계 MIT사의 장국현 이사는 "파나마는 군대가 없어 전시에는 안보를 미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지에서는 중남미의 두 운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사실상 승부가 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26일 개통식을 갖는 신(新)운하는 전 세계 97%의 선박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져 미국산 셰일가스와 석유, 브라질산 곡물 등이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아시아로 수출될 길이 열렸다. 반면, 니카라과운하는 착공식만 가졌을 뿐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지난해 말 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된 것이 가시적인 진척의 전부다.
운하 사업자인 HKND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때 세계 200대 부호였던 왕징(王靖) HKND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신웨이(信威)의 주가가 지난해 폭락했다. 102억달러였던 왕징의 재산도 11억달러대로 떨어졌다. 미국의 뜻을 거스르며 니카라과운하에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다른 기업도 없어서 중남미의 빈국(貧國)인 니카라과 정부는 왕징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서스 피어포인트 콜론자유무역청장은 "정치·군사적 차원이라면 몰라도 경제성만 놓고 보자면 지금 니카라과운하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