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사드 부대, 산악지대에 추진

조선일보
  • 전현석 기자
    입력 2016.06.06 03:00

    美軍기지 아닌 새 부지 조성
    고도 높아야 레이더 탐지 쉽고 전자파 유해성 논란도 피해
    韓국방 "사드 배치 의지"… 中·러 "사드가 지역안정 파괴"

    한·미가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기존 주한미군 기지가 아닌 기지 인근 고(高)지대에 새로운 부지를 조성해 배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우리나라는 산악 지형이 많아 평지에 사드 레이더를 설치할 경우, 레이더 전파가 산에 부딪혀 성능을 100%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미군 부대는 대부분 평지에 있어 사드 배치 후보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드 레이더의 유해성 논란도 새 부지를 찾으려는 이유로 알려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사드 레이더는 5~90도 각도 사이로 전자파를 발사한다. 레이더에서 지표면을 향해 5도 각도로 직선을 그릴 경우, 5도 이하 지역은 레이더로부터 100m 거리까지 위험하고 5도 이상은 최대 3.6㎞까지 전자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군 당국은 설명한다. 사드 레이더를 설치했을 때 고층 건물이나 산에 있는 사람이 전자파에 노출될 가능성을 아예 없애려면 고지대에 설치하면 된다는 의미다. 또 국내 일각에선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위험 범위가 군(軍) 설명보다 훨씬 넓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산악지대 배치는 이런 논란을 피할 수도 있다. 한·미는 지난 3월부터 합동 실무단을 구성해 사드 배치 지역을 검토해 왔다. 미군기지가 있는 평택·대구·부산·경북 칠곡(왜관)·전북 군산·강원도 원주 주변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한·미는 미국이 사드 배치와 운용비를 부담하고, 한국이 건물 등 시설 건립과 부지 매입 비용을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고지대에 배치하면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군 일각에선 사드 배치를 위해 새 부지를 조성할 경우, 2006년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정부와 주민이 충돌했던 '대추리 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동안 잦아들었던 사드 논란은 최근 미·중이 한반도 영향력을 놓고 대결하면서 다시 부상하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발표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 4일 "한국은 사드 배치 의지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15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가해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을 묻는 각국 대표단과 전문가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정부 고위 인사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국제무대에서 공개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한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떻게 북한 미사일을 방어할 것이냐가 (사드 배치와 관련한) 본질"이라며 "(현재)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보유한 미사일 요격 능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다 광범위한 지역을 방어할 수 있는 사드가 배치되면 군사적으로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 장관이 사드 배치 여부까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은 사드를 둘러싼 중·러의 반발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러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할 정도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도 쑨젠궈 중국 인민해방군 부참모장은 5일 연설을 통해 "사드 배치는 지역 안정을 잠식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도 '사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국방차관은 5일 연설에서 "한국과 미국 간 미사일 방어 협력이 (지역의) 전략적 안정을 파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미사일 협력은) 미국과 러시아 간에 맺어진 군축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드를 놓고 '한·미·일 대(對) 북·중·러'로 입장이 분명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반면 미국은 대북 제재 전선(戰線)에서 이탈하면서 남중국해 영유권을 강화하려는 중국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다시 강조하는 모양새다.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한민구 장관과 사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대해 우리 국방부는 "한 장관과 카터 장관은 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한·미 동맹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만 했을 뿐 사드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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