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사표 쇼'...간부 전원에 내라 하곤 "앞으로 사고나면 수리"

입력 2016.06.05 16:43 | 수정 2016.06.05 22:12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와 관련, 임원 및 부서장, 팀장급 이상 간부 180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사표가 수리된 간부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메트로는 이번 사고 발생 직후에도 사망한 외주업체 직원 김모(19)군의 개인 과실로 몰아가려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정식 사과하기도 했다.

서울메트로는 이날 서초구 방배동 본사에서 정수영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이 주관하는 팀장급 이상 긴급 간부 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 대행은 “예산이나 규정을 핑계로 업무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고 즉시 엄중 문책하고 제출된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는 현재까지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어떤 임직원도 문책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사표 제출이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한 ‘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사표를 보관하고 있다가 앞으로 구의역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할 경우 즉각 해고 조치하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직후부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만 보여왔다. 서울메트로는 사고가 난 지난달 28일 “(김군이) 2인 1조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 2인 1조 관리·감독 책임은 서울메트로에 있는데도, 숨진 김군의 개인 과실로 몰아가려 한 것이다. 서울메트로 시설처장이 김군의 어머니에게 “우리는 (김군이 역무실에서) 열쇠 가져간 것도 몰랐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역무원이 열쇠를 직접 건넨 것을 CCTV로 확인하고서 뒤늦게 유족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또 정 사장 직무대행은 사고 당일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오는 8월 1일 스크린도어 유지·관리를 맡을 자(子)회사를 설립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는 작년 8월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이후 발표한 대책과 똑같은 것으로, 마치 사고의 원인이 숨진 김군이 일했던 외주업체 은성 PSD에 있는 것처럼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메트로는 책임 회피성 발언만 이어가다, 사고 사흘 뒤인 31일에야 뒤늦게 “이번 사고는 김군이 아닌 서울메트로의 책임”이라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서울메트로와 은성 PSD는 김군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놓고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우형찬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양천3)은 5일 “서울메트로가 은성 PSD에 ‘김군 유족에게 일부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하자, 은성 PSD가 ‘위로금을 줄 돈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범 은성 PSD 대표는 이날 뒤늦게 “여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산재보험금 등이 적게 나오면 유족에게 위로금을 일부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메트로는 회사 차원의 정식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대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모금을 벌여 김군 유족에게 지급할 위로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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