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 3당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앞두고 지역 표심만 생각하고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전통적 지지 기반인 영남이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과 밀양을 미는 TK(대구·경북)로 분열되는 양상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반면 지난 총선 때 TK보다는 PK(부산·경남) 공략에 주력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부산 가덕도안(案)에 힘을 실어주면서 이 지역 표심을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새누리당 대구 의원인 조원진·윤재옥·김상훈 의원은 2일 정진석 원내대표와 20여분간 면담했다. 윤 의원은 면담 전 기자들과 만나 "애초 대구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정치권이 신공항 유치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자고 발표한 바 있다"며 "당 차원에서 이러한 기조를 지켜달라고 요구하러 왔다"고 했다. 이는 전날 당 부산 지역 의원들이 정 원내대표를 찾아 "공정하고 객관적 용역 진행"을 요구하며 압박한 데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 새누리당 부산 의원들은 정 원내대표를 찾아 신공항이 밀양으로 가면 사실상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러다간 자칫 당내에서 대구·부산 간 큰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더민주 부산시당은 2일부터 대대적인 가덕도 신공항 유치 운동에 돌입했다. 이날 촛불 문화제를 시작으로 오는 8일에는 비상대책본부 발족식도 열 예정이다. 더민주는 지난 총선 때 문재인 전 대표의 고향인 부산 지역 공략에 공들였고, 실제 부산에서 당선자가 5명이나 나왔다. 김종인 대표가 총선 이후 부산을 찾아 가덕도 유치를 언급하고 우상호 원내대표도 최근 김해공항 가덕도 이전(移轉) 시민 추진단과 면담하는 등 당 지도부도 가덕도 쪽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다만 김부겸 의원 등 대구 지역 반발이 변수다.

국민의당은 겉으로는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된다"는 태도이지만 당내에선 "국가경제적으로 가덕도가 더 낫지 않으냐"는 기류가 감지된다. 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부산 지역에서 20% 넘는 정당 득표율이 나왔고 안 대표 고향이 부산인 만큼 가덕도를 외면하기가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