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19세 정비공에게 사고 책임 떠넘겼다

조선일보
입력 2016.06.02 03:00

사건 초기 개인 과실로 몰다가 CCTV 공개 후 뒤늦게 사과문
안전대책 냈지만 작년과 판박이

서울메트로의 정수영 사장 직무대행이 1일 2호선 구의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8일 이곳 승강장의 스크린도어를 보수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모(19)군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자리였다.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다. 정 직무대행이 "전 직원을 대표해 부모님과 유가족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읽어 내려가자, 김군을 추모하러 온 시민들은 "처음엔 김군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더니, 이제 와서 무슨 사과냐"며 항의했다.

서울메트로는 이번에 '2인 1조 근무'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감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사건 초기엔 사고 원인을 김군 개인의 과실로 몰아가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군의 어머니는 지난 31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기술 차장(시설 처장)이 찾아와 '우리는 2인 1조가 아니면 (스크린도어 보수) 승인을 하지 않는다'며 아이가 (역무실에서) 열쇠를 훔쳐간 것처럼 얘기했다"면서 "경찰서에서 CCTV를 확인하고서야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과 서울시에 따르면 사고 당일 김군은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겠다"고 역무원에게 보고했다. 서울메트로 직원인 역무원은 규정대로 보수 인력 두 명이 왔는지 확인하지 않고 김군에게 스크린도어 열쇠를 건넸다. 열쇠 반출·반납 일지(日誌)엔 이 사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구의역 상황실에는 서울메트로 정직원인 역무원 3명이 근무했지만, 상황실 CCTV로 전동차가 접근하는지 지켜보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메트로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사고 사흘 뒤인 31일에야 '이번 사고는 김군이 아닌 서울메트로의 책임'이라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고 재발 방지 대책으로 '스크린도어 수리 인력이 2인 이상인지 역무원이 점검' '8월 1일까지 스크린도어 유지·관리를 맡을 자(子)회사 설립' 등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8월 '강남역 스크린도어 수리공 사망 사고' 이후 냈던 예방책의 재탕(再湯)일 뿐이다. 대책이 없는 게 아니라 이를 무시하고 지키지 않은 것이 진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 정보] 서울메트로는 어떤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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