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 유치경쟁 과열… 내용물 논의는 빈약

입력 2016.06.02 03:00

문학진흥법 따라 450억 투입… 자료 연구·전시 갖춘 공간으로
24곳 유치 경쟁… 4년 후 들어서
오는 7월 위치 결정돼

국립 한국문학관 건립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부지 선정을 비롯해 운영 주체와 기능, 전시 내용에 이르기까지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학관은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문학진흥법에 따라 예산 450억원이 투입돼 문학 유산의 자료 수집과 연구, 전시와 교육 기능을 갖춘 문화 공간으로 2020년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24곳이 유치 신청을 한 가운데, 오는 7월 문학관 위치가 결정된다.

문제는 유치 경쟁이 과열을 빚는 데 반해 문학관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논의는 빈약하다는 점이다. 문학진흥법을 발의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국 문인들이 한국에 오면 데리고 갈 국립문학관이 없어서 술이나 마신다"라고 탄식하며 근대문학 위주 국립문학관 건립을 추진했다.

◇일본 도쿄근대문학관과 베이징 중국 국립현대문학관

일본엔 도쿄근대문학관이 있다. 국립이 아닌 법인이 운영하지만 일본 근대문학을 다루며 수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립에 준하는 대표성을 인정받고 있다. 1963년 건립돼 약 120만 점의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여름에는 저명 문인들이 강연하는 '여름문학교실'이 열린다. 베이징엔 중국 국립 현대문학관이 있다. 중국작가협회가 추진해 1985년 개관했다. 17만 권의 책과 9만여 권의 잡지, 저명 문인들이 남긴 1만여 점의 육필 원고, 8000여 점의 사진과 7800여 점의 편지를 보관하고 있다. 타이완(臺灣)의 타이난(臺南)에는 국립 타이완문학관이 있다. 2003년 개관한 이 문학관은 자료 수집과 연구·전시를 맡고 있다.

1985년 개관한 국립 중국현대문학관.
1985년 개관한 국립 중국현대문학관. 17만권의 책과 문인들의 1만여점 육필 원고를 보관하고 있다. /Jean Wang/Flickr
미국과 유럽에는 개별 작가를 기리는 문학관은 많지만 동아시아처럼 국공립 문학관은 거의 없다.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아시아의 문학관은 모두 근대 문학관을 표방하는데, 이는 근대 이후 각 민족이 문학을 통해 지향한 '상상의 공동체'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국립문학관 유치 경쟁과 관련해 서울에선 은평구가 가장 적극적이다. 8·15 직후 지금껏 문인 100여 명이 거주했다는 숫자를 강조하면서 현재 주민인 소설가 이호철씨를 내세워 유치 활동을 펼친다. 경기도에서는 출판도시가 있는 파주가 출판 인프라와 책 축제를 갖추고 있다는 강점을 내세운다. 인천은 이미 인천근대문학관이 있는 곳임을 강조하고, 대구도 이상화·이육사의 고향임을 자랑한다. 강원도에선 춘천이 단일 후보지로 선정됐고, 충북에선 청주와 시인 정지용의 고향인 옥천군이 유치에 나섰다. 광주직할시는 시인 박용철과 김현승을 배출한 곳임을 내세우고, 전남 장흥군은 최근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씨가 살고 있고, 소설가 이청준·송기숙의 고향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등 5개 문인단체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곤 문학관 부지선정 기준으로 상징성·확장성·접근성·국제 교류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 문인단체장은 "그런 선정 기준을 고려한다면 서울에 문학관이 들어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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