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5시 57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모(19)씨가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을 하던 사람이 전동차에 치여 사망한 건 2013년 1월(성수역), 2015년 8월(강남역)에 이어 세 번째다. 똑같은 패턴의 사고가 반복됐지만 작업 수칙(매뉴얼)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 광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외주 업체인 은성 PSD 소속인 김씨는 28일 오후 4시 59분 '열차 진입 중에 스크린도어가 열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5시 50분쯤 구의역 역무실에 도착해 '작업을 하겠다'고 보고를 한 뒤 혼자서 고장 난 스크린도어의 문을 열고 들어가 선로(線路) 쪽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선로를 등지고 작업하던 김씨는 작업 시작 2분 만에 승강장으로 들어오던 2350호 전동차에 치여 숨진 것이다. 사고 당시 구의역에는 역무원 3명이 근무했지만, CCTV를 통해 김씨가 작업하는 모습이나 사고 장면을 지켜본 사람은 없었다. 서울메트로 종합관제센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사고는 9개월 전인 지난해 8월 29일 2호선 강남역에서 발생한 사고와 닮았다. 당시에도 스크린도어 수리 외주 업체 직원 조모(28)씨가 혼자서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고치러 와서 스크린도어 안쪽(선로 쪽)에서 작업을 하다가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다.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정비할 때는 '2인 1조(組)로 작업하라' '선로 쪽이 아니라 스크린도어 밖 승강장 쪽에서 하라' '선로 쪽에서 하려면 열차 운행을 중단시킨 뒤 하라' 같은 작업 수칙(매뉴얼)이 있다. 그러나 강남역 사고의 조씨나 구의역 사고의 김씨 모두 매뉴얼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강남역 사고 이후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역무원이 스크린도어 수리 인력이 2인 인지 점검할 것'이라는 내용을 매뉴얼에 추가했다. 그러나 역무원은 출장 온 김씨에게 '두 명이 왔느냐'고 묻기만 했을 뿐, 현지 점검 등 필요한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사고가 난 지 3시간 만인 오후 9시 서울메트로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은 사고 현장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정 본부장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오는 8월 1일 스크린도어 유지·관리를 맡을 자(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강남역 사고 이후인 지난해 9월 발표한 내용과 다른 게 없다. 당시 서울메트로는 '중·장기적으로 직영 또는 자회사 방식으로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업무를 개선하겠다'고 했었다. 자신들의 관리·감독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협력 업체들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