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간 오바마 美 대통령, "수천명의 한국인 희생자" 언급했지만 한국인 위령비는 방문 안해

    입력 : 2016.05.27 17:29 | 수정 : 2016.05.27 21:5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7일(현지 시각) 일본의 2차대전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에서 헌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했다. 2차대전 말기인 1945년 8월 6일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이후 현직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한 것은 71년 만에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에서 “우리는 두려움의 논리를 떠날 용기를 가져야 하며, 그것들(핵무기)이 없는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원폭 투하에 대해 사죄하지는 않았다. 또 18분 가량 이어진 연설 중 한국인 원폭 희생자의 존재를 언급했지만 공원 내 위치한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직접 방문하지는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에(三重)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가 야마구치(山口)현 이와쿠니(岩國) 미군기지를 경유해 오후 5시 20분쯤 히로시마평화공원에 도착했다.

    원폭 투하지점 근처에 조성된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10분 정도 원폭자료관을 시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나란히 걸어 공원 중앙에 위치한 아치형 모양의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도착했다. 그는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 등 원폭 피해자들이 지켜보는 고등학생에게 건네 받은 화환을 헌화한 뒤 5초간 눈을 감고 묵념했다. 아베 총리도 헌화 후 잠시 묵념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전쟁의 참상을 상기하면서 희생자를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8분간 이어진 이 연설에서 그는 “71년 전 히로시마 하늘에는 죽음이 떨어졌다”며 “인류는 스스로를 파괴할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시했다. 그날의 고통을 말로는 다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우리는 이곳에 10만명이 넘는 일본인 남녀와 어린이, 수천 명의 한국인, 십여 명의 미국인 포로를 포함한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왔다(We come to mourn the dead, including over 100,000 Japanese men, women and children, thousands of Koreans, a dozen Americans held prisoner)"며 “그들의 영혼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된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더 이상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삶을 끝내는 과학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향상시킬 과학의 발전을 원한다. 평화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라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촉구하며 연설을 끝맺었다.

    현장에는 피단협 대표위원을 맡고 있는 쓰보이 스나오(坪井直·91) 씨와 이와사 미키소(岩佐幹三·87) 씨, 다나카 데루미(田中熙巳·84) 씨 등 원폭 피해자들과 학생, 정치인 등 100명 가량이 자리했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상에 젖은 듯한 표정을 보였다.

    일정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6시 15분쯤 전용 차량에 탑승했다. 기대를 모았던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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