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주방 미세먼지 주범' 고등어는 억울해… 불포화지방 많을 뿐

조선일보
  • 곽아람 기자
    입력 2016.05.28 03:00

    구이 음식 미세먼지 주의

    불포화지방 몸엔 좋지만 낮은 온도에도 잘 날아가
    계란 프라이 조리할 땐 식용유 미세먼지 발생

    고등어가 억울할 만하다. 서민의 값싸고 영양소 풍부한 반찬에서 느닷없이 미세 먼지 주범이 됐기 때문이다. 이유 또한 고등어가 납득하기 어려울 만하다.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불포화지방산이 고등어에 많다 보니 구울 때 미세 먼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환경부는 "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 85㎡(25.7평) 주택에서 고등어 한 마리를 구웠더니 실내에 초미세 먼지 '매우 나쁨' 때 대기 중 농도(101㎍/㎥)의 23배의 초미세 먼지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등어 한 마리를 구울 때 발생하는 초미세 먼지(지름 2.5㎛ 이하 먼지) 농도는 2290㎍/㎥였다. 삼겹살을 구울 때는 1360㎍/㎥가 발생해 '매우 나쁨' 상태의 13.5배에 달했고 계란 프라이(11.2배), 볶음밥(1.8배), 돈가스(1.7배) 순을 보였다.

    밀폐된 실내에서 고등어를 구우면 ‘매우 나쁨’ 농도의 23배에 달하는 초미세 먼지가 발생한다.
    밀폐된 실내에서 고등어를 구우면 ‘매우 나쁨’ 농도의 23배에 달하는 초미세 먼지가 발생한다. / 이명원 기자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고등어에 함유된 불포화지방 성분 때문이다. 음식으로 섭취되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불포화지방이 공기 중에선 '은밀한 살인자'라 불리는 미세 먼지로 돌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물은 열을 가하면 100도에서 증발하지만 기름은 끓는 점이 높아 완전히 기화(氣化)하지 못하고 분자 구조가 깨진 채 공기 중에서 뭉쳐 떠돌아다니게 된다"면서 "고등어를 구울 때 발생하는 미세 먼지란 불포화지방이 가열되면서 생기는 미세 입자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맛이란 무엇인가' 등을 쓴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고체 상태인 포화지방과는 달리 불포화지방은 액체 상태라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날아간다"면서 "고등어의 경우 전체 지방의 70~80% 정도가 불포화지방이고 삼겹살은 50% 정도다. 그래서 고등어와 삼겹살을 구울 때 미세 먼지가 많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계란 프라이와 볶음밥, 돈가스 등에서 미세 먼지가 발생하는 건 조리할 때 사용하는 식용유 때문. 권훈정 교수는 "돈가스나 볶음밥보다 계란 프라이를 할 때 식용유 온도가 더 높이 올라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미세 먼지를 분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리 중 발생한 지방 성분 미세 입자가 대기 중 미세 먼지만큼 유해할까? '생각하는 식탁'을 쓴 정재훈 대한약사회 홍보위원은 "'먼지'라는 단어 때문에 사람들이 헷갈려하는데 영어로는 그냥 '미세 입자(particulate matter)'다. 범위가 아주 넓다"고 했다. 그는 "삼겹살을 구워 먹고 나면 안경 렌즈나 식탁에 묻어 있는 작은 기름 입자들을 떠올린다면 이해가 쉽다"면서 "조리 과정에서 휘발한 화학물질들이 대기 중 다른 물질과 만나 응축되면 소위 미세 먼지가 된다. 이런 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오게 되면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미세 먼지를 정의할 때 선행되는 건 성분보다 크기다. 큰 입자는 가시거리를 떨어뜨리거나 피부에 달라붙는 정도이지만 우리 정부가 미세 먼지라고 정의하는 직경 10㎛ 이하의 입자는 폐에 들어가 심혈관질환 등에 영향을 준다"면서 "조리시 발생하는 미세 먼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험의 건강 유해성 평가를 맡은 임 교수는 또 "비흡연자인 가정주부의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주부들의 조리 행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이에 대한 예방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실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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