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삼성전자 박차고 '退社학교' 열어… 과목은 퇴사학 개론

    입력 : 2016.05.28 03:00

    퇴사후 세계일주·병행창업… 퇴사 경험자들이 강의 맡아

    이 학교의 학생은 모두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이다. 강사들은 이미 직장에서 퇴사한 사람들이다. 수업은 모두 평일 저녁과 주말 오후에 열린다. 퇴근한 뒤나 쉬는 날 열리는 강좌인데도 학생이 끊임없이 몰린다. 학칙은 '회사에 절대 소문내지 않기' '사무실에서는 절대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지 않기' '입학은 조용히, 졸업은 화려하게 하기' 등이다. 지난 15일 '퇴사학교'가 문을 열었다. 직장 그만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학교다. 과목으론 '퇴사학개론' '퇴사 후 세계일주' '덕업일체: 좋아하는 일하며 먹고살기' '병행창업' 등이 있다. 직장인들이 궁금한, 퇴사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퇴사학교를 만든 장수한(31) 교장도 퇴사를 했다. 장 교장은 지난해 4월 4년 반 동안 몸담았던 삼성전자를 그만뒀다. 하지만'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장 교장은 "'고등학교 때는 대학 잘 가야 하니까, 대학 가서는 취업해야 하니까' 라는 핑계로 한 번도 내가 누군지, 뭘 하고 싶은지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낸 뒤 장 교장은 "제가 퇴사한 경험을 녹여 퇴사가 필요한, 혹은 퇴사를 하려는 직장인들을 위해 학교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퇴사학교를 세운 장수한씨.
    퇴사학교를 세운 장수한씨. / 퇴사학교 제공
    직장인 3~5년 차들만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줄 알았던 장 교장의 예상과는 달리 이 학교를 찾는 학생들은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퇴사를 하고 싶은 이유도 여러 가지다. 직장인 2년 차인 A(28)씨는 "1년간 다양한 회사 선배들을 만났지만 사내에서 롤모델을 찾지 못했다. 언젠가는 회사를 스스로 나가고 싶다"고 했다. 한 30대 수강생은 "어느 날 돌아보니 입사 동기 10명 중 2명만 남게 됐다"며 "퇴사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해 회사 안에서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처음의 열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고 했다. 대기업 부장급인 40대 B씨는 "어영부영 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선택을 하지 못하고 벌써 부장이 됐다"며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 학교에 개설돼 있는 과목은 대부분 퇴사를 경험한 사람들이 맡고 있다. '퇴사 후 세계일주'에선 대기업 사내커플로 결혼한 뒤 직장인 7년 차에 동반 퇴사한 배준호·조유진 부부가 1년간 25개국을 여행한 이야기를, '덕업일체: 좋아하는 일하며 먹고살기' 수업에선 맥주 마니아 김태경씨가 전국 3대 맥주 전문가가 되고 결국 하우스맥주를 만드는 회사 대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한다. 강사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퇴사'라는 말부터 퇴사를 결정하기까지의 무거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강의 주제뿐만 아니라 퇴사할 때 어떤 생각이었는지,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를 학생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장 교장은 "퇴사를 하지 않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퇴사를 하지 않고도 자아를 찾고 그 안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좋다는 뜻이다. 월급이 나오는 안정적 직장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퇴사해본 자신이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퇴사가 절실하고 꼭 필요한 사람은 퇴사를 해야겠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삶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겠죠."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