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선전은) 화웨이(Huawei)를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不要讓華為跑了)!'는 글이 급속히 확산됐다. 광둥성(廣東省) 선전(深圳)에 있는 세계 3위 휴대폰 메이커 화웨이가 살인적인 부동산 폭등세 때문에 본사를 차로 1시간 거리의 둥관(東莞)으로 옮길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선전시가 발칵 뒤집혔다. 화웨이는 지난 29년 동안 '중국 IT 산업의 메카'를 자부하는 선전의 간판 기업이자, 최대 납세자였다. 선전시 관계자들과 매체들의 문의가 화웨이에 폭주했다. 사태는 화웨이가 25일 자사 SNS를 통해 "본사 이전 계획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중국 관영 영자 글로벌타임스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선전이 부동산 폭등으로 심각한 기업 이탈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선전의 부동산 가격은 1년 만에 23%가 올랐다. 중국 최대의 인터넷기업 텐센트(Tencent)가 있는 난산(南山) 지역은 상승률이 그 두 배인 46.2%였다. 폭등세는 갈수록 가팔라져, 올 4월 선전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4월보다 무려 63.4%나 치솟았다. 선전은 1년 4개월째 중국 내 집값 상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선전에서 130㎡(약 39평)짜리 집을 살 돈(1000만위안·18억원)이면 인근 광저우에선 3층짜리 호화저택을 살 수 있을 정도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수면(睡眠) 측정기를 만드는 벤처기업 슬립페이스는 지난해 직원 임금을 20%나 올렸다. 데이비드 황 CEO는 "뛰는 주거 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 3000~ 4000위안 수준이던 선전 지역 평균 임금은 7631위안(137만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한 달에 4만위안(720만원)을 버는 고소득 맞벌이 부부조차도 방 2칸짜리 아파트를 사기가 버거울 정도라고 SCMP는 전했다. 선전의 직장인들은 출퇴근에 왕복 2시간 이상이 걸리는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아예 집값이 싼 다른 도시로 떠나고 있다.

[[키워드 정보] 실리콘밸리란?]

인재들이 이탈하면서 기업들은 구인난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IT 기업 중에서 임금이 가장 높은 텐센트조차 원하는 수준의 직원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사업 확장을 위한 새 부지 확보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화웨이의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최근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주거용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폭주하면서 기업 확장과 발전을 위한 산업 부지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이 지역 IT 기업들은 하나둘 짐을 싸고 있다. 애플 아이폰 조립으로 유명한 폭스콘은 선전 공장 일부를 내륙의 충칭(重慶)으로 옮겼고, 세계 최대 개인용 드론 메이커인 DJI와 모션 컨트롤러 분야 유명 기업인 구골테크놀로지 등도 연구 개발(R&D) 부문을 둥관으로 이전했다. 태블릿PC 메이커인 랑메이는 연구 개발(R&D) 부서만 선전에 두고 생산 라인을 아예 인도로 옮겼다. 화웨이도 본사 이전 계획을 부인했지만, 5~6년 전부터 둥관에 눈독을 들여오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대규모 부지를 사들였다. 둥관시에 따르면, 화웨이는 소비자 부문 글로벌 본사를 내년 이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선전시가 획기적 지원책을 내놓지 않는 한 화웨이 본사의 둥관 이전도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중국 동부 저장성(浙江省)과 상하이(上海)시도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기업들이 떠나고 있다. 상하이는 2006년만 해도 지역 내 총생산(GRDP)에서 제조업 비중이 48%에 달했으나 2016년에는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도 1999년 상하이에 둥지를 틀었다가 항저우(杭州)로 본사를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