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이 지녔던 사전에 '불가능'이라는 단어가 진짜 없는지 확인 못 해봤다. 그러나 정통 프랑스어 사전에 '컴퓨터'라는 단어는 없다. 1950년대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식 신조어를 붙인다는 조건으로 IBM 컴퓨터가 들어오도록 허용했다. 명령·질서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오르도'를 어간(語幹) 삼아 '오르디나퇴르'라는 프랑스어 단어를 만들었다. 한동안 프랑스는 컴퓨터를 컴퓨터라고 부르지 않는 유일한 나라였다.

▶중국어에는 사성(四聲) 성조(聲調)가 있다. 발음이 같아도 성조가 다르면 뜻도 달라진다. 높게 뽑고 내리고 올리며 짧은 발음에도 변화를 준다. 영어뿐 아니라 여러 언어에는 악센트와 인토네이션이 있다. 아무리 눈으로 문법과 어휘를 익혔어도 입과 귀가 악센트를 모르면 그들 말을 쉬 알아듣지 못한다. 거꾸로 두 가지 훈련이 잘돼 있으면 그 언어가 가진 독특한 리듬에 자연스레 젖어든다. 그런데 프랑스어에는 그게 없다.

[프랑스는 어떤 나라?]

▶여러 나라 토박이가 쓰는 언어를 특수 기계로 측정해보면 프랑스어는 음조(音調)의 위·아래 진폭이 좁아 단조롭게 들린다. 어떤 언어학자는 이걸 프랑스인이 외국말을 못하는 이유라고 본다. 프랑스어에는 이중 모음도 없다. 대개 단모음이다. 그만큼 혀 놀림이 적다. 흔히 프랑스 사람이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오래 사는 걸 '프렌치 패러독스'라고 한다. 그보다 더 큰 역설은 프랑스 사람이 영어를 진짜 못하는데도 일부러 안 하는 거라고 추어올리는 것이다.

▶요즘 프랑스 대학생들이 외국어 공부에 열심이라는 기사가 어제 실렸다. 모국어 자부심이 대단한 젊은이들이 청년 실업 때문에 콧대를 꺾고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린다고 했다. 모국어에 자긍심 없는 국민이 어디 있을까만 프랑스니까 관심을 갖게 된다. 파리 특파원 때 겪은 그곳 사람들은 영어를 몰라서 못했지 알면서도 감추는 일은 드물었다. 오히려 타국 사람이 프랑스어가 능하면 제3세계에서 온 이민자로 얕봤고 영어를 쓰면 함부로 하지 않았다.

▶유럽 시골을 돌아보면 북구는 아무나 유창한 영어 대꾸를 하는데 지중해에 접한 나라는 그게 어렵다. 게다가 실업률도 높다. 프랑스 젊은이 넷 중 하나가 논다. 취직만 된다면 영어 공부에 매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컴퓨터는 '오르디나퇴르'라고 고집을 피웠지만 이제 인터넷은 프랑스어로도 인터넷이다. 르노 같은 프랑스 기업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영어로 회의를 했다. 파리에 '월가(街) 영어를 가르친다'는 길거리 광고가 붙은 지도 오래다. 언어는 문물을 따라간다지만 요즘은 일자리를 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