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기화 경위

음주운전 단속 근무를 하다 도주 차량에 치였던 30대 경찰관이 끝내 숨졌다.

둘째 아이의 출산과 승진을 목전에 두고 있던 이 경찰관의 순직 소식에 많은 사람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북 김천경찰서는 지난 19일 음주운전 단속 근무 중 도주 차량에 치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던 정기화(37) 경위가 25일 오전 숨졌다고 밝혔다.

정 경위의 가족으로는 둘째 출산이 한 달 남은 아내와 10세 아들이 있다. 그는 지난해 경위 시험에 합격해 사고 이튿날 경위로 승진했지만, 끝내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정 경위는 지난 19일 오후 11시 30분쯤 경북 김천시 평화동 역전파출소 앞에서 무쏘 승용차를 몰던 A(33)씨를 상대로 음주 단속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음주 감지기 검사에서 음주 사실이 확인되자 ‘차에서 내려달라’는 정 경위의 요구를 거부하고 도주했다.

이에 정 경위는 달아나려는 A씨의 차량 운전석 창문을 붙잡고 매달려 10m 가량을 끌려가다 떨어졌다. 떨어진 직후 도주 차량의 뒷바퀴에 치여 의식을 잃었다. 그는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 6일 만에 숨졌다.

A씨는 200여m를 더 달아나다가 추격한 순찰차와 일반 승용차들에 가로막혀 도주를 포기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63%으로 조사됐다. 면허 취소 수치(0.1%)에 크게 못 미쳐 벌금형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경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

김천서는 김천 제일병원 장례식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오는 27일 종합운동장 스포츠센터 주차장에서 김천경찰서장(葬)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경찰청은 정 경위에 대해 경감으로 1계급 특별 승진을 추서하고 경찰 공로장을 주는 한편 행정자치부에 훈장 수여를 건의했다.